◎감성적 연출 「멜로물거장」 우뚝/한때 연기생활… 「애수」 지금도 올드팬 가슴적셔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위대한 흑백 신파극 「애수」(WATERLOO BRIDGE·40년 MGM작)는 장식적인 로맨스영화를 잘 만들던 메빈 르로이(MERVYN LEROY·87년 87세로 사망)의 MGM 초기 작품이다. 멜로영화를 잘 만들면 괜히 잘난 척하는 영화들보다 훨씬 감정에 어필한다는 것을 뚜렷이 증명한 감동적인 영화이다.
1차대전 때 런던의 워털루다리에서 만난 두 선남선녀의 사랑과 이별, 재회, 그리고 죽음과 회상의 비극적 낭만성이 런던의 안개처럼 관객의 가슴으로 스멀대며 파고들어 만든지 반세기가 넘는 지금까지 추억의 명화로 사랑받고 있다.
공습경보에 따라 지하대피소로 내려간 영국 육군장교 로이(로버트 테일러)와 발레댄서 마이라(비비안 리)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사랑의 고백과 구혼, 승낙이 전광석화처럼 이뤄지나 운명의 장난이랄까 로이는 걸혼 직전 전선으로 투입된다. 명문귀족의 아들 로이와 하찮은 서민의 딸 마이라의 꿈같은 만남과 짧은 사랑은 애당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전사자 명단에서 로이의 이름을 발견한 마이라는 삶의 의욕을 잃고 창녀로 전락, 워털루다리에서 손님을 유혹한다. 마이라는 뜻밖에 살아온 로이와 워털루다리에서 재회하고 둘은 사랑의 불길을 다시 태우나 결국 마이라는 자신의 과거 때문에 운명의 다리에서 달리는 트럭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절세 미남미녀들인 테일러와 리가 르로이 감독의 민감한 연출에 따라 사랑의 기쁨에 희열하고 또 사랑의 슬픔에 아파하는 모습이 그렇게 절실할 수가 없다. 손수건이 족히 두 장은 필요한 영화로 영화분위기를 애처럽게 감싸오는 노래 「올드 랭 사인」때문에 한 번 더 울게된다.
르로이는 12살 때부터 가극단 배우로 연예계생활을 시작했다. 19살에 현 파라마운트사의 전신인 페이머스플레이어스 래스키사의 의상실에 근무하면서 할리우드에 발을 디뎠다. 촬영보조와 배우및 코미디 대본작가를 거쳐 27년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는 30년대부터 워너브라더스사(WB)를 위해 「작은 시저」와 「나는 쇠사슬갱 도망자」같은 강력한 사회드라마를 만들면서 명성을 확립했다. 다양한 솜씨의 재능인으로서 사회드라마, 로맨스영화(마음의 행로), 전기영화(큐리부인), 전쟁영화(도쿄상공의 30초), 의상역사극(쿼바디스)및 뮤지컬(로즈마리)과 코미디등 못다루는 장르가 없었다.
2차대전후 잠시 슬럼프에 빠졌다가 50년대 중반부터 다시 WB에서 일하며 「미스터 로버츠」「악의 종자」등으로 솜씨를 되찾았다. 르로이는 상업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뛰어난 감독으로 75년 아카데미특별상인 어빙 탈버그상을 받았다.<미주본사 편집위원>미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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