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대체로 조직기반을 이념화하려 한다. 그 때문인지 조직기반을 이념화하지 않는 정당은 마치 오합지졸의 집합인양 여기려는 경향마저 강하다. 그래서 당명도 자유당·민주당·사회당·보수당·노동당을 선호하며 분명한 이념을 표방하려 한다. ◆근대정당의 출범은 유럽의 시민 혁명을 역사적 배경으로 한다. 그것만으로도 정당 이념화의 강한 동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표의 다수가 정권의 정통성을 반영하는 만큼 표의 기반을 당조직 기반으로 이념화하려 하는 것이다. 특히 표의 기반이 계층적으로나 세력집단에 의해 분화됐을 때 이념화의 동기는 매우 강하다. ◆정당의 이념성이 가장 강한 조직은 공산당이다. 무산대중을 조직기반으로 일당독재를 구가한다. 자본주의가 계층분화를 촉진하면서 정당의 이념화는 공산당 조직에서 절정을 이뤘다. 그러나 정당의 이념화는 점차 낡은 시대의 산물로 묻혀 가고 있다. 구소련과 동구 공산권의 붕괴가 그 분수령을 이루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당의 이념화는 기반을 점차 잃어 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당이 조직기반을 이념화하려는 것은 맹목적이고도 시대착오적이랄 수 있다. 우리의 정당들이 계층간·세력간의 내부 이해에 집착해 간다면 국제화전략을 추구하는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정당들은 세력기반에 표를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당의 국가관리 능력을 국민에게 묻는 정당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처럼 정당들이 국가관리능력에 기초하고자 한다면 우리의 정치 질서는 다당제보다 양당제가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당제로 가려는 추세여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