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과 함께 「이용후생」 의 대가/청문물 수용·상공업 진흥 역설/김옥균 등 개화사상가에 큰 영향조선후기에 일어난 실학운동은 크게 두갈래로 나눠진다. 농촌의 건전한 발전을 토대로 사회를 개혁해야한다고 주장한 유형원 이익 정약용등의 경세치용학파가 그 한 갈래이고, 상공업을 통해 사회의 번영을 이루려는 이용후생학파가 다른 한 갈래이다.
조선후기의 개혁사상가 박제가(1750∼1805)는 유수원 박지원 홍대용등과 함께 이용후생학파의 대가로 꼽힌다. 서자출신인 그는 어려서부터 시 서 화에 두루 뛰어났으나, 당시의 신분차별은 그로서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19세때부터 박지원등과 교유하면서 경국치세의 학문에 눈을 떴고, 규장각 검서관으로 일하면서 폭넓은 독서로 학문의 폭을 넓혔다.
29세때 채제공의 수행원으로 중국을 다녀온 뒤 쓴 「북학의」는 박제가의 실학사상을 집약한 저술이다. 기행문 형식을 빌린 이 책에는 『절약보다 소비가 생산을 촉진시킨다』는 파격적인 상업관이 담겨있다.
박제가는 「북학의」에서 성리학적 명분론과 도덕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대신 선진적인 청의 문물을 과감히 받아들이고 상공업을 진흥해야만 조선후기의 여러가지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북학의」는 내편과 외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편에서는 청의 차 선 도로 교량 시정등 생활주변의 시설 기구등의 문제를 39개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이같은 청의 앞선 문물을 배워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외편에서는 농잠총론 과거론 재부론 병론등 17개항의 정책과 제도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농업정책을 개선하고 선박을 이용해 해외 여러나라와 무역을 활발히 전개, 국가의 부강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펼쳐져 있다.
「북학의」에는 상공업장려 금속화폐유통 해외무역강화등의 근대지향성이 엿보이고, 정치 경제 군사등 각 분야에서 민본주의를 강조하는등 피지배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각종 이론이 담겨있다. 그의 개혁사상은 계몽군주 정조가 죽으면서 보수주의자들의 저항에 밀릴 수밖에 없었지만, 19세기 후반의 개화사상가인 박규수 김옥균등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북학의」에 대한 이러한 높은 평가의 뒤에는 「중국의 제도와 문물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우리의 전통과 문화는 소홀히 취급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최성욱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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