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이라크 2인자… 요직섭렵/지도부 균열로 정권붕괴 재촉할듯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두딸과 외손자녀등을 이끌고 요르단으로 망명한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맏사위 후세인 카멜 하산(37)은 이라크의 사실상의 2인자로 간주돼왔던 인물이다. 10일 감행된 그의 망명이 이라크 지도부의 균열과 권력 투쟁을 짐작하고 있던 관측통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로 이때문이다.
그는 80년대 후반 국방장관 공업장관 등을 지내면서 이라크의 군사력 증강을 총괄, 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가능케 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6월말 국방공업화기구 장관에 임명돼 군사력 재건 임무를 맡았고 지난달에 단행된 개각에서 공업장관과 광업장관을 겸임하게 됐었다.
또 이번에 함께 망명한 사담 카멜 하산은 그의 동생이자 동서지간으로 후세인대통령 일가의 경호 총책임자였다.
이들 형제는 후세인대통령의 부계 친척으로, 후세인대통령이 구축한 족벌정치 체제 안에서도 가장 핵심위치에 있었다.
이들 형제의 갑작스런 망명은 후세인 대통령의 아들들과의 권력 투쟁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들 형제가 속한 알 마지드가문은 후세인의 아들들과 함께 후세인정권을 받치는 기둥역할을 해왔으나 최근들어 후세인의 아들들과 불화를 겪어왔다.
이들의 망명에 앞서 지난달 알 마지드 일족인 알리 하산이 국방장관직에서 해임됐다. 또 지난 7일에는 후세인대통령의 이복형제인 와트반이 암살을 모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라크에서는 정치 지도자에 대한 공격이 거의 보도되지 않는 게 관행인데 후세인대통령의 장남인 우다이가 소유한 일간지 「바벨」은 극히 이례적으로 이 사건을 자세히 보도, 알 마지드 일족을 겨냥한 정치 공작의 냄새를 강하게 풍겼다.
이라크 권력 핵심의 이러한 갈등은 90∼91년 걸프전이 이라크의 패배로 끝난 뒤 유엔이 이라크에 취하고 있는 경제제재가 이라크 경제를 궁핍으로 몰아넣으면서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에 망명한 후세인 카멜 하산은 생물무기등 이라크가 개발한 비밀병기들을 완전 해체하라는 유엔의 요구에 협조함으로써 경제제재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온 온건파인 반면 장남 우다이로 대표되는 후세인의 아들들은 대외 노선에서 강경책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후세인 카멜 하산의 망명은 이라크 내 온건파의 몰락과 그에 따른 권력 재편을 예고하는 동시에 유엔의 대이라크 제재 해제 전망을 더욱 흐리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후세인 카멜 하산의 빈 자리가 만들어내는 권력의 진공상태가 결국 현 이라크정권의 붕괴를 재촉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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