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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없는 여자(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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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없는 여자(장명수 칼럼)

입력
1995.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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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들을 가진 어머니들이 가장 꺼리는 며느리감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이 없는 여성」이라고 한다.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놀다니 돈은 안벌고 소비만 하겠다는 태도 아니냐, 그런 아내를 얻으면 내 아들이 얼마나 힘이 들겠느냐는 것이 기피이유다. 시어머니뿐 아니라 요즘 신랑감들은 확실한 전문직을 가진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두사람이 벌어야 여유있게 살 수 있고, 또 아내가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생각에서다.젊은 여성들이「직업은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여성들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빨리 그런 날이 온 것 같다. 여성은 독신으로 살기위해서도 직업이 필요하고, 결혼하기 위해서도 직업이 필요하게 됐다. 오히려 남자들은 결혼한후 공부를 계속하거나 전직준비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직업을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온달족」역시 직업을 가진 아내없이는 불가능한 선택이다.

세태가 이렇게 달라지고 있으나, 여성의 직업전선에는 대부분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고, 푸른 신호등이 켜졌다가도 너무 빨리 꺼지곤 한다. 여자는 같은 조건을 가진 남자들에 비해서 마음에 드는 직장을 구하기가 몇배나 어렵다. 대부분의 직장은 신입사원을 선발할때 미리 여자 합격자의 숫자를 제한하고, 그렇게 좁은 문을 뚫은 여자들은 다시 각종 차별대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여자들은 직업이 필수라고 느끼면서도 입사시험에 대비하는 자세가 소극적이기 쉽다.

졸업을 앞둔 여대생들과 여성과 직업에 대해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는 『마음에 드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재수 삼수를 하듯이 입사시험도 수없이 떨어질 각오를 하면서 평생직업으로 삼을 만한 직장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들어가기 쉬운 직장을 구했다가 결혼·출산 등이 핸디캡이 되어 그만두게 되면 다음에는 직장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 진다. 여자들은 첫 직장을 선택할때 비교적 남녀 차별이 덜하고, 여자가 한평생 일할 수 있는 분위기인지 까다롭게 살펴야 한다.

「직업없는 여자」가 결격사유가 되는 세상이라면 여자들의 각오도 남달라야 한다. 특히 여자대학들은 급변하는 세계의 흐름에 발맞춰 취업교육과 전략에 힘을 쏟음으로써 졸업생들을 직업없는 여자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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