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건물 오브제로 활용/국내 첫 설치미술 이벤트/레이저빔 발사·물감흘리기 등 통해/해체와 탄생의 문명사적 의미 담아도시계획으로 철거될 건물을 오브제로 활용하는 설치미술 이벤트가 국내 처음으로 펼쳐진다. 행위미술가 이승택(63), 중진조각가 강은엽(57), 설치미술가 이상현(41)씨등 3명은 19일 하오5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정림건축 구사옥(지하1층 지상6층 ·연건평 4백20평) 실내외에서 건물의 탄생과 해체의 문명사적 의미를 담은 설치·행위미술을 보여준다.
정림건축(회장 김정철)과 미술평론가 김홍희씨가 「이승택 강은엽 이상현의 해체삼중주」라는 제목으로 기획한 이 행사는 인접장르인 건축과 미술의 만남을 통해 해체될 건물의 역사성을 강조하고 새로 태어날 건물의 미래를 축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달전까지 사옥으로 쓰던 건물이 도시계획으로 4분의 1이 헐리게 되자 정림건축은 이 자리에 사옥을 신축키로 하고 건물의 내외벽과 내부기물을 재료로 제공하는 이 계획을 세웠다.
「떠오르는 지구달」프로젝트 추진등 우주를 테마로 설치작업을 해온 이상현씨는 6층건물의 각층 바닥과 옥상에 1.2x1.2m크기의 구멍을 2개씩 뚫고 지하층에 설치한 레이저발사기로 이 구멍을 통해 북극성과 상상의 별 「아라키스」를 향해 빛을 발사하는 작품 「STAR WAY」를 선보인다. 레이저 발사비용만 1천여만원이 소요되는데 지하로부터 지상과 우주를 차례로 관통하는 거대한 레이저 빛기둥은 건물의 해체와 미지의 영역인 우주탐험의 의미를 상징한다. 또 수억광년 떨어진 별을 향해 쏜 빛이 건물 해체후에도 무한대의 우주공간을 향해 영원히 이동한다는 개념을 통해 시간과 거리의 본질을 규명하고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의도를 이 작품은 담고 있다.
이승택씨는 건물내부의 원형 환기통을 떼어내 페인트로 색칠하고 6층 창문을 통해 흰색 물감을 외벽과 밑바닥에 깔아둔 검은 캔버스에 흘려보내는 행위미술을 보여준다. 건물주위 바닥에 펼쳐진 대형 캔버스는 관람객에 의해 직접 채색된 후 정방형으로 잘려 내부에 전시된다.
조각가 강은엽씨는 도시계획선에 의해 잘려나가는 부분을 형상화하는 외부작업과 이상현씨가 건물바닥에서 뜯어낸 콘크리트를 활용하는 내부작업을 한다.특히 외부작품은 석고보드와 합판으로 만든 대형 나이프를 절단부위 양쪽에 꽂아 건물을 자르는 형상을 보여주고 잘려나가는 부분은 흰색으로 채색, 삭제의 의미를 전해준다. 모든 작품은 건물이 해체되기 직전인 27일까지 보존·전시된다.
김홍희씨는 『건물의 내·외부를 소재로 활용하는 3명의 작품은 사옥을 헐게한 도시계획에 대한 무언의 항변인 동시에 해체되는 운명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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