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로 본 전말/1년새 1천억서 4천억 둔갑/한때 카지노발언이 슬롯머신 변모도/마지막 단계 5공실력자 각색서석재 전 총무처장관과 「전직대통령 4천억원대 가·차명계좌 보유설」중간 전달자 10명등 11명에 대한 검찰조사가 10일 일단 완료되면서 사건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수사결과를 토대로 서전장관 발언까지의 사건 전말을 재구성해 본다.
94년 7월 삼일로인근 다방에서 호주식품회사 주재원 김종환(42)씨는 친구 박영철(42·무직)씨를 만났다. 김씨가『씨티은행 강남지점에「이창수」명의의 비실명계좌에 거액이 있는데 실명전환해주면 절반을 내놓겠다고 한다』며「이창수」의 주민등록번호를 박씨에게 알려주었다. 박씨는 며칠뒤 같은 다방에서 평소 안면이 있는 양춘화(51·무직)씨에게 김씨 얘기를 전하며『뾰족한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을지로 퇴계로 일대 사채시장에서 온갖 루머를 접했던 양씨는 『「이창수」는 카지노 대부밑에서 경리부장을 하던 사람인데…』라며 『카지노대부가 도피하면서 1천억원정도를 가·차명계좌로 예금해 놓은것 아니냐』는 말을 덧붙였다.
김씨는 94년 7월말 자신에게 실명전환을 처음 제의한 이재도(전 J은행 압구정지점 대리)씨에게 『계좌 주인 「이창수」와 함께 얼굴이나 보자』고 연락, 삼일로 다방인근 당구장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씨가 구체적인 얘기없이 이창수(43·호텔업)씨에게 『이거 해주면 사례는 꼭 해야 돼』라고 하자 진지한 표정의 이씨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박씨는 94년 8월초 선배친구 김서화(51·(주)장상기공 대표)씨에게『사례비는 줄테니 비실명계좌의 1천억원대 카지노자금을 실명화할수 없느냐』며 「이창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넸다. 이때 박씨는 김종환씨와 양씨에게서 따로 들은 내용을 「카지노자금 1천억원」으로 종합해 김서화씨에게 말했다.
며칠뒤 김서화씨는 양재호(49·(주)미래로이사)씨에게, 양씨는 처사촌동생 이종옥(45·부일종합통상 대표)씨에게 똑같은 얘기를 했다. 「이창수」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역시 전달됐다.
4개월후인 94년 12월 이종옥씨는 이삼준(54·이태원 국제상가연합회 사무장)씨에게 양씨 얘기를 전했다. 다시 5개월이 지난 올해 5월 중순 이삼준씨는 동서인 이우채(54·한약건재 유통업)씨에게『카지노자금인지 슬롯머신자금인지 모르지만 실명화 안된 1천억원이 있는데 실명화해주면 (소유자가)절반쯤 국가에 헌납하지 않겠느냐』며 이창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줬다. 이때부터 이삼준씨가 추측한 국가헌납설이 이어진다.
이우채씨는 배드민턴을 함께 치는 송석린(62·서울시배드민턴 연합회장)씨에게 『정덕진의 슬롯머신자금 1천억원을 실명화해야 하는데 정치권을 잘 아는 당신이 다리를 놓아달라. 일이 성사되면 절반은 국가에 내놓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카지노가 슬롯머신으로 둔갑한 것이다.
송씨는 그정도 거액이면 권력실세와 선이 닿아야 한다고 판단, 서전장관과 가까운 「고향산천」주인 김일창(55)씨를 접촉, 슬롯머신비자금 실명전환 가능성을 알아달라고 말하고 이창수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건넸다.
김씨는 7월초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서전장관 집무실로 찾아갔다. 서전장관에게 슬롯머신업자들이 거액을 실명화하려 한다는 얘기를 차마 할 수 없자 김씨는 송씨가 전경환씨와 막역한 사이라는 점에 착안, 『5공실력자가 검은돈 4천억원을 실명화하고 2천억원을 국가에 내놓겠다는데 가능하겠느냐』고 문의했다. 검찰은 이과정에서 1천억원이 4천억원으로, 슬롯머신자금이 5공실력자 돈으로 바뀌었다고 보고있다. 이후 서장관은 한이헌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실명화가능성을 타진했고 기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이 사실을 발설했다.
결국 「이창수」명의의 계좌가 1년1개월에 걸쳐 서전장관을 포함 12명의 입을 오르내리며 「4천억원대 전직대통령 비자금 가·차명계좌」로 각색됐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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