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전후 50주년기념 망언(망언)까지 터져나왔다. 시마무라 요시노부(도촌의신) 일본 신임 문부성장관은 『전쟁에서 이긴 측이 상대방을 침략한 것이 아니냐』는등 태평양전쟁을 묘하게 정의하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또 오쿠노 세이스케(오야성량)전법무장관은 『일부 일본인이 전쟁중 한국과 중국이 당한 고통에 동정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일본각료들의 망언 시리즈가 언제나 끝날 것인지 기가 찰 뿐이다.하필이면 8월15일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이같은 망언을 해야만 했는지 시마무라장관의 양식을 의심함과 함께 그가 일본교육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의 책임자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올들어 세계는 화해의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유럽에선 종전 50주년기념일을 맞아 승전국과 패전국이 한덩어리가 되어 화해를 바탕으로 세계평화를 다짐했다. 로마교황도 지난번 체코를 방문, 17세기 종교분쟁때 저질렀던 역사적 잘못에 대해 가톨릭교도의 이름으로 용서를 구했다. 뉴질랜드정부는 1백32년전 원주민인 마오리족에게 저지른 만행까지 사죄하고 화해했다. 모두 역사를 직시했기 때문에 솔직한 사죄나 사과가 가능했다.
세계 각국은 종전 50주년을 맞아 일본도 화해의 길로 나서길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무라야마(촌산부시)일본총리가 신임각료들에게 입조심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의식적으로 이를 무시한 시마무라장관의 저의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는 15일 무라야마총리가 어떠한 사과를 한다 해도 그것이 마음속에서 우러난 사과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일본을 방문한 바이츠제커 전독일대통령은 7일 『과거를 직시하지 않는 사람은 같은 잘못을 반복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전쟁책임에는 말이 아닌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직도 진솔하게 사과하지 못하고 역사를 거꾸로 가고 있는 일본의 오늘을 향한 뼈아픈 충고로 일본은 이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독일과 일본이 국제사회에서의 무게가 다른 것은 이처럼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맞아 경제대국인 일본의 역할은 크다고 할 것이다. 일본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이 실제보다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이츠제커 전대통령의 말처럼 각국의 이해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진실에 눈을 뜨고 반성하는 것만이 각국의 불신을 깨고 이해를 얻을 수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일본이 「세계속의 일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8월15일을 앞두고 전세계가 일본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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