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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혁명」 조용히 뿌리/검은돈 양성화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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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혁명」 조용히 뿌리/검은돈 양성화 숙제로

입력
199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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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2년­평가와 과제/“종이호랑이” “너무 경직” 극대칭 불만속 정착단계/사채시장 등 여전히 비대·지하경제 더욱 교묘해져「어느날 갑자기 예고없이」 단행됐던 금융실명제가 오는 12일로 시행 2주년을 맞는다. 「단군이래 최대의 경제혁명」이란 기대속에 출발한 금융실명제는 그동안 『종이호랑이다』 혹은 『너무 경직됐다』는 극대칭적 불만의 대상도 됐지만 대체로 『천천히 소리없이, 그러나 목표를 향해 확실하게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2년의 성과와 과제를 점검해본다.

▷평가◁

혁명의 뒤끝치고는 너무도 평온했던 2년이었다. 검은 돈의 대반란, 뭉칫돈의 엑서더스, 금융대란등 실명제 시행초 우려했던 시나리오들은 결코 현실화하지 않았다. 통화·금리·환율은 안정기조에 접어들었고 설비투자와 수출호조가 낳은 고성장속에 물가도 「저인플레」의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금융실명제후 1년반만에 터져나온 「경제혁명시리즈 제2탄」인 부동산실명제로 토지가격도 요동치지 않았다. 검은 경제의 온상이었던 금융과 실물(부동산), 양 부문에 쳐놓은 실명제의 그물은 이들 음성자금의 입지를 갈수록 좁히면서 또다른 지하퇴로마저 차단하고 있다.

금융실명제의 가시적 성적표인 실명전환실적도 일단 순조롭다. 지난 6월말 현재 금융권 전체 실명예금(4백5조4천억원)의 96.9%가 실명확인 및 전환을 마쳤다. 2조8천억원대에 달했던 가명예금도 98.5%가 제이름을 되찾았다.

실명제의 목표는 왜곡된 자금흐름을 바로잡아 돈에 수반되는 모든 생활질서를 투명하고 정의로운 새 틀로 재편하겠다는 것이었다. 만약 실명제가 없었더라면 공직자윤리법 정치자금법 선거부정방지법등 개혁입법들은 그 실효를 상실했을지도 모른다. 공직이 더이상 축재의 도구가 될 수 없고, 법을 지켜도 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인식이 차츰 뿌리내리면서 정치자금 비자금 수수단위가 크게 작아진 것도 모두 실명제덕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외견처럼 실명제가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거대한 지하경제는 여전히 굳건하고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사채시장은 아직도 국민경제(GNP기준)의 10%안팎을 차지할만큼 비대해져 있고 비자금 뇌물 큰손등 습지에서 번식해온 음침한 경제행태들도 여전히 건재하다.

차명계좌의 실명전환실적이 3조5천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아직도 무수한 검은 돈들이 살아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실 큰손과 수신경쟁에 시달리는 금융기관이 의기투합만 하면 실명제그물은 그다지 촘촘한 것이 못된다. 지난 2년간 58개 금융기관에서 2백4명의 임직원이 실명제위반으로 적발됐지만 실제 물밑에선 더많은 반(반)실명행위가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너무도 조용하고 또 큰손들이 고통받는 흔적이 별로 없기에 지금 일부에선 『번거롭기만 하지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는 실명제 냉소론도 나오고 있다. 이 틈을타 일부에선 『실명제고삐를 좀 늦추자』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최근의 4천억원 비자금설은 실명제의 성과와 미래에 매우 시사적이다. 바로 실명제가 있기 때문에 비자금이 문제시된 것이다. 실명제 고삐를 더 조일지언정 결코 후퇴하거나 느슨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과제◁

금융실명제는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더 험난하다. 모든 금융거래의 실명화를 통해 지하경제를 양지(양지)로 끌어내자는 것이 실명제의 목적이나 아직도 실명거래의 생활화를 방해하는 세력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직대통령 비자금보유설이 「가능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나 아직도 실명전환을 꺼리고 있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검은 돈들이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는 일반국민의 인식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최근 경실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차·도명거래가 아직 상당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2.4%나 됐다.

일반국민 사이에서 실명제는 이제 거의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실명제 실시이전부터 실명으로 거래를 해왔고 「선의」의 가·차명거래는 대부분 해결됐다. 때문에 문제는 아직도 남아있는 실명확인을 기피하는 검은 돈들을 어떻게 제도권으로 유도할 것인가와 앞으로 이들 자금이 활동할 지하경제를 어떻게 최소화해 궁극적으로 검은 돈의 존립기반을 없애느냐에 있다.

실명거래가 오랜 시일에 걸쳐 정착된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는 긴급명령이라는 법적 강제조치에 의해 전격적으로 실시됐기 때문에 미처 예상치 못했던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 부작용을 없앤다는 것과 실명제 추진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민은 아직도 상당히 미흡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공보처의뢰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그동안의 개혁조치에 대해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으나 개혁의 성과에 대해서는 약 30%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금융실명제의 목적은 「밝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년부터 실시예정인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성공이 필수적이다. 종합과세는 가·차명거래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뿐 아니라 검은 돈의 은신처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선 해결해야 될 과제는 전직대통령 비자금설에서 보듯 비실명자금의 실명화 유도다.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이들 자금에 대한 처리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한 고위 경제관료는 이를 두고 『정치적 논리와 경제적 논리의 절묘한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명제가 지향하는 목표는 「살 맛나는 사회」가 되어 「사회적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기 때문이다.<이상호·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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