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에 같은 수준 사과 받아낼 속셈인듯/선박자체 대상… 「간첩」 아닌 「정탐」 혐의씌워쌀 수송선 삼선비너스호 억류사건은 북한측이 이를 이유로 베이징(북경)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함으로써 공개가 불가피해질 때까지 1주일간 철저한 비밀에 붙여졌다.
정부측 발표에 의하면 우리측이 사건을 처음 통보받은 것은 2일 하오 10시.우리측 선박과의 교신을 대행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데이 시핑사는 이양천씨가 이날 낮 12시 카메라로 청진항을 촬영하다가 적발돼 필름을 빼앗기고 북한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왔다.
다음날인 3일 북한 조선삼천리총회사가 이 사실을 우리측에 전문으로 통보해왔고 상대역인 대한무역진흥공사는 4일과 6일 선장과의 직접통화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7일 베이징회담 수석대표 이석채 재경원차관 명의의 전문을 보내 1차 회담때 채택된 합의서에 따라 남북 대표단이 만나 협의 하자고 촉구했다. 북측 전금철 단장은 8일 하오9시 전문을 보내 『이씨의 촬영행위가 계획적인 정탐행위이라는 점이 본인의 자백에 의해 밝혀졌다』면서 『제3차 접촉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없다』고 일방 통보했다.
삼선해운은 91년 천지무역과 금강산국제그룹간의 쌀 직교역 합의시 우리측의 쌀 5천톤 수송을 담당한 것을 비롯, 국내에서는 대북교역에 가장 많은 경험을 축적한 선박회사이다.
1등항해사 이량천씨는 목포해양대를 나와 이 회사에 입사한 뒤 줄곧 한직장에서 일해온 경험많은 선원이다. 더욱이 대북 쌀수송을 담당하는 선원들에게는 관계당국이 일정한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입항후에는 북한당국이 카메라등 선원들의 소지품을 수거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같은 정황으로 볼때 이씨가 북한측 발표와 같은 「실수」를 한다는 것을 우리측은 선뜻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또 『청진항은 비군사항구로 이미 제3국과 북한측 자료를 통해 시설 규모등 내역이 잘 알려져 있어 최근 사진이라 해도 정보가치는 미미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내에서는 북측 의도와 관련해 인공기 게양사건의 보복성 성격이 짙고, 당시 북측이 보내온 것과 같은 사과및 재발방지 약속을 우리측으로부터 받아내면 억류를 해제할 것이라고 관측하는 낙관론자들이 많다. 북측이 ▲이씨에 대해 「간첩행위」라는 용어 대신 「정탐행위」라는 가벼운 혐의를 두고 있는 점 ▲이씨만을 억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송환수단인 선박자체를 붙잡고 있다는 점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무조건적인 쌀 지원」에 대한 북측의 태도가 도리어 적대적인 것이라는 점, 그리고 정부가 또다시 비밀회담에서 새로운 양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점등은 앞으로 대북교섭에서 정부측 운신폭을 크게 제약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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