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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억 비자금설 파문/전주 있는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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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억 비자금설 파문/전주 있는가 없는가

입력
1995.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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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발주설」속 “돈주인 아리송”/편법처리 「발주자」 여전히 베일/“실체존재”“카지노 돈” 설왕설래4천억원대의 가·차명계좌의 주인인 전주는 실제로 있는가.

검찰이 9일 서석재 전총무처장관과 서전장관에게 가·차명계좌에 보유중인 비자금의 편법 실명전환방법을 타진한 김일창씨 등 중개인들을 전격소환함으로써 비자금의 실재여부, 비자금이 있다면 편법처리의 「발주자」인 자금주는 누구인지가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개인들의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그간 「설」에 불과했던 4천억원 비자금의 베일이 서서히 벗겨지고 있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비자금의 실재여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실명전환을 타진한 비자금의 액수부터가 4천억원에서 1천억원 사이로 명확히 특정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서전장관에게 4천억원의 가·차명예금의 처리를 부탁한 사실은 확인했지만,김씨에게 비자금처리문제를 부탁한 송석린씨 등 나머지 중개인들은 비자금의 액수가 1천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비자금처리문제가 무려 9명이상의 중간다리를 거쳐 서전장관에게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고, 아직까지도 실제 자금처리 발주자의 신원은 장막에 가려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검찰수사결과가 진실과 근접했다면 문제의 비자금은 실재하지 않으며, 비자금설이 「사실」로 각색됐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검찰주변에서는 최소한 「1천억원」대의 비자금은 실재할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실세인 서전장관에게까지 길을 뚫을 정도라면 근거없는 「낭설」이 「진실」로 둔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만약 비자금이 있다면 돈의 소유자는 두갈래로 좁혀진다. 대리인 김씨가 서전장관에게 전주로 지목한 전두환 전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측과 송씨등 나머지 대리인이 주장하는 카지노업체 혹은 슬롯머신업체이다.

서전장관은 김씨로부터 「과거정권을 잡았던 실력자」가 비자금의 소유자라며 전씨를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말을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씨가 『카지노업체의 검은 돈이라고 차마 말할 수 없어 전씨를 거명했다』고 밝힘에 따라 전주가 전씨였을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만약 「거래」가 성사단계에 갈 경우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했다는 김씨의 진술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더욱이 상대는 정치실세이자 현직장관인 서씨이기에 의혹이 가시지 않는 대목. 김씨는 검찰에서 『송씨와 전씨가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고 특히 서울시 배드민턴연합회 회장과 고문으로 있는 점에 착안, 서전장관에게 전씨를 자금주로 거론했다』고 밝혔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전씨와 송씨가 각별한 관계였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전씨 쪽보다는 카지노업계등이 자금주일 공산이 크다. 검찰도 전직대통령측은 가·차명계좌설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상태다. 검찰은 가·차명계좌가 존재한다면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위해 소유주의 신원을 철저히 추적해 공개할 방침이다.

검찰은 비자금이 미국계 시중은행의 가·차명계좌에 숨어있다는 중개인들의 말에 따라 계좌의 실제여부등을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어 곧 진상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설사 가·차명계좌의 주인이 카지노나 슬롯머신업체등으로 드러나더라도 제3의 인물이 배후에서 재산관리를 위탁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어 「전주」에 대한 의문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이태희 기자>

◎검찰발표 3인 진술 요지/서전장관­의뢰인 묻자 김일창이 과거정권 인사 거론/김일창씨­서전장관에 차마 카지노운운 할수 없었다/송석린씨­카지노업자돈 밝혀… 정치권인사 언급안해/검찰판단­김일창 단계서 변색… 정치자금은 일단배제

이원성 대검중수부장은 9일 서석재 전총무처장관과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한 후 「전직대통령 4천억원 가·차명계좌 보유설」사건에 대한 1차 수사결과를 밝혔다. 다음은 발표요지.

▲서석재 전장관 진술=야당시절부터 알고 지낸 김일창(55)이 7월초 장관실로 찾아왔다. 그는『과거 정권을 잡았던 사람이 4천억원의 가·차명계좌를 갖고 있는데 2천억원을 정부에 헌납하는 대가로 자금출처를 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의뢰인이 누구냐고 묻자 김이 전경환씨 측근이라고 했다. 전씨와 관련있는 돈으로 생각했다. 자금은 시중의 한 은행에 예금돼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았다.

그후 청와대의 한 오찬모임이 끝난 뒤 한이헌 경제수석에게 이 말을 전했다. 한수석은 한심한듯 웃으며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문의결과를 김에게 알려주지는 않았다. 곧 잊어버렸다. 1일 기자들과 가진 회식자리에서 「과거정권의 핵심권력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김의 부탁내용을 언급했다. 전·노씨중 한 사람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권력핵심의 측근」이라고 답했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지칭한 사실은 없다. 국세청장에게 문의한 사실도 없다. 다만 문의했다고 말한 것은 내 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외에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관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김일창의 진술=배드민턴연합회 업무관계로 알고 지낸 송석린(62)에게서 슬롯머신 혹은 카지노쪽과 관련된 가·차명계좌의 4천억원을 실명화할 방법이 없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장관에게 차마 카지노 운운할 수는 없었다. 송이 전경환씨와 가깝다는 점에 착안, 전씨를 거론했다(전씨는 송이 회장으로 있는 배드민턴 서울시연합회의 고문이며 일주일에 2∼3회 만난다고 함).

▲송석린의 진술=배드민턴일로 친분이 있는 이우채(54·한약건재상)로부터 부탁받고 김에게 전했다. 「카지노 혹은 슬롯머신업자의 돈 1천억원」이라고 했을 뿐 전경환씨등 정치권인사를 거론한 적은 없다.

▲검찰의 판단=송석린까지 「카지노관련 자금 1천억원 실명화」였던 부탁내용이 김일창단계에서 「전경환씨 측근의 4천억원중 2천억원 헌납대가로 실명화」로 변색됐다. 따라서 전직대통령의 비자금 가능성은 배제됐다.

다만 1천억원 계좌의 실재여부와 전주의 신원은 밝히겠다. 계좌가 나올 경우 자금조성 경위와 탈세여부등도 조사할 계획이다.<정리=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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