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매미소리는 시원하고 정겹다. 한여름 무더위를 떨쳐내려는듯 고성으로 울어대는 말매미의 소리는 소낙비 퍼붓듯 장쾌하고 늦여름 잔잔하게 우는 쓰름매미는 가을의 서정을 느끼게 해준다.요즘 서울의 웬만한 공원에서는 곧잘 매미들의 합창소리를 듣게 된다. 그런데 공원의 요란한 매미소리에 유심히 귀를 기울이다보면 바람따라 조율되는 자연속의 매미소리같지 않은, 「기계음」비슷한 소리가 들린다.
공원의 매미합창소리는 실은 녹음된 소리다. 물론 자연의 매미소리도 있지만 그 소리를 압도하는 소리는 기계속의 매미다. 서울시는 지난해 여름 덕수궁에서 새소리, 궁중음악소리와 함께 들려주는 매미소리를 녹음해 각 구청에 테이프를 나눠줬다. 구청은 이를 재녹음해 앰프가 설치된 공원등에 시설, 여름철에 틀어주고 있다. 도심의 탑골 삼청 효창공원, 강남의 오금공원등 서울의 상당수 공원일대와 녹지대, 강변등에서 녹음된 매미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매미는 땅속에서 2∼7년, 길게는 17년까지 유충으로 살다가 어느날 지상으로 나와 날개를 달고는 1∼3주를 살다가 홀연히 사라진다. 찰나의 삶이 아쉬운듯 죽을 때까지 온 몸으로 울어대는 매미의 소리는 거침없고 투명하다.
그런 투명한 매미의 소리를 복사해 시민들에게 진짜처럼 들리게 한다는 것은 가식행위에 다름 아니다. 한창 매미가 우는 계절에, 공원에서 복사된 소리를 틀어놓는 것은 시민들에게 시원함을 준다는 뜻이긴 하겠지만 가식행위는 결국 가식적 행정, 위장행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날 도로공사장의 깎아낸 산자락이나 헐벗은 산야에서는 나무나 풀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녹색가루를 뒤집어씌운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지금도 이같은 위장행정의 모습은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련의 대형사건뒤 주요시설, 신도시 아파트등에 대해 철저한 안전진단을 한다고 해놓고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거나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는 것등은 큰 위험을 예고하는 가식적 행정의 전형이다.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개막돼 민의 소리를 더욱 가까이서 들어야 할 지금이다. 중앙이건 서울이건 지방이건간에 허식적인 행정의 허물을 빨리 벗어야 한다. 녹음된 매미소리를 계속 틀어놓으면 제소리를 들을 수 없듯이 허식의 행정은 진실을 볼 수 없게 만든다.<전국부장>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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