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부담에 강도조절 고심/발언파문해명 「확인」 그칠수도/「상황」따라 예상외로 확대소지대검중수부가 8일 서석재 전 총무처장관의 전직대통령 4천억원대 가·차명계좌 보유설의 진상조사에 착수함으로써 5·6공 정치 비자금에 대한 수사여부와 강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조사방침이 서전장관 발언의 파장을 조기수습할 필요성을 공감한 정치권과 정부의 사전조율에 따라 결정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검찰의 이번 조사는 서전장관의 해명에 형식적인 「공신력」을 보태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당장은 지배적이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를 떠안게 되는 과정에서 『검찰의 존재이유는 정치권인사의 발언내용이나 해명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범죄혐의를 수사하고 사법처리하는데 있다』고 강력히 반발했던 터여서 서전장관 조사결과에 따라서 진상조사가 예상외의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비자금수사여부등은 서전장관 조사결과후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라는 이원성 대검 중수부장의 말이 과거 성역으로 치부돼 온 정치자금에 손댈 수도 있다는 최소한의 단서를 둔 것으로 해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서전장관 발언의 배경이나 서전장관의 「취중발언」과 보도내용과의 차이등을 규명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여권실세의 입을 통해 공개된 내용, 즉 전직대통령의 4천억원대 차·가명계좌의 실재여부를 밝히는데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검찰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해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서전장관에게 비자금처리 문제를 상의했다는 기업인이 전직대통령의 청탁을 받고 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판명됐는데도 가·차명계좌 추적을 포기할 경우 상당한 여론의 저항에 부딪치게 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검찰이 과거의 예에서 보듯 「마음만 먹으면」 비자금의 규모와 성격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는게 검찰 주변의 관측이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정치자금을 수사한 적도 없으며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초의 경우 6공의 핵심측근이 관리해온 가·차명 계좌 추적을 통해 기업에서 6공 청와대로 흘러간 자금의 상당액을 규명했으며 재벌총수들을 상대로 이 자금의 성격에 대해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상부의 지시」만 떨어지면 바로 전직대통령 비자금 문제를 수면위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전장관의 발언이 증시의 소문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는 식의 수사발표는 오히려 국민들의 의혹만 증폭시킬 수 있음을 고려할 때, 검찰이 의혹해소의 일환으로 전직대통령들의 정치자금조성을 인정하는 해법을 택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검찰로서는 과거정치자금을 표면화하는 것이 5·6공세력의 조직적인 반발을 사 현정권에도 커다른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결국 검찰은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의 뿌리깊은 관행을 근절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론과 정치적 타협 사이에서, 검찰의 입장을 최대한 상처받지 않게 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5·6공 비자금 수사의 범위와 강도를 조절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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