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55개족… 자칫하면 분쟁촉발 “조심조심”/「당가작주시스템」 채택 자치보장·교육 등 특혜소수민족 문제는 농업문제와 함께 개방중국의 향방을 가늠하는 2대 난제다. 최고지도자 덩샤오핑(등소평)의 사망임박설이 나돌던 지난6월초 중국정부는 헤이룽장(흑룡강)성 하얼빈시에서 열리던 조선족민족문화축제행사에 한국연예인들의 참가를 저지하면서 행사를 중단시켰다. 시국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중국 소수민족정책의 고민의 일단을 보여주는 예다. 2백여만의 조선족은 수적으로 중국내 소수민족중 13번째밖에 안되지만 그 상징적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다. 지린(길림)성에서 출생해 멀리 대륙을 가로질러 광둥(광동)성 판유(번)시까지 와서 시가 운영하는 개발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화(35·여)씨는 그 이유를 『중국내 소수민족중 유일하게 모국을 두고 있고, 가장 부지런한 민족성과 무엇보다 높은 교육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은 12억명이 넘는 인구중 92%정도 차지하는 한족과 나머지 크고 작은 55개의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국가다. 1천5백55만여명(이하 90년 인구센서스기준)이 넘는 장족에서부터 2천여명밖에 안되는 낙파족 등 소수민족이 지구육지면적의 6.4%인 9백60만㎢의 땅에서 또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역시 다민족국가인 미국이 용광로(Melting Pot)처럼 역내의 소수민족을 동화시켜버려 민족적 특색을 사라져 버리게 하고, 옛 소련이 결국 민족분쟁으로 사라져버린 것에 비교하면 중국은 독특한 당가작주라는 시스템으로 국가체제를 꾸려가고 있다. 당가작주는 소수민족에 대한 민족자결주의를 뜻한다. 국기인 오성홍기의 오성중 큰별은 한족, 4개의 작은 별은 소수민족을 의미한다. (큰별은 중국공산당, 작은 별들은 각각 노동자, 농민, 도시소자산계급, 민족자산계급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우선 각급 행정조직상 중국은 소수민족의 자치를 보장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 시장(서장), 네이멍구(내몽고), 광시(광서)장족, 닝샤(녕하)회족등 5개의 소수민족 자치구가 3개 직할시 22개 성과 동격의 행정조직을 이루고 있다. 각 성내에도 30개 자치주 1백21개 자치현의 민족자치기관이 있다.
헌법상 자신의 언어와 문자 종교의 자유를 인정받는 중국내 소수민족들은 이같은 정치적 자율권 외에도 경제개발 교육면에서 각종 우대를 누린다. 인구억제를 위한 1자녀제한은 소수민족에게는 예외로 2자녀까지 허용된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소수민족은 전국총인구수에서 차지하는 비례의 약 2배인 12%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가 적은 민족도 최소한 1명의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선거법상의 규정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이같은 소수민족 우대정책은 전략적 경제적 중요성 때문이다.
55개 소수민족은 국경지역의 90%이상에 해당하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중·소분쟁지역의 만주족 몽고족 카자흐족,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과의 국경지역 윈난(운남―이곳은 23개의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대표적 다민족지역이다)성등의 장족 묘족 이족 포의족, 인도와의 국경분쟁지역의 티베트족등이다. 또 이들 지역은 농업에는 부적합해도 엄청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장자치구 신강위구르자치구의 독립움직임에서 보듯 민족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한때 중원을 호령했던 만주족이 이제 그들의 문자와 언어마저 잊어버리고 한족에 동화된 채 중국내 2천여곳이 넘는 지방에 뿔뿔이 흩어져 사는 지금, 『중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슬람과 티베트이다』는 말은 지배한족에 내재한 이민족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하고 있다.
경제개혁과 개방에 열을 올리면서 이제 그 부작용까지 서슴없이 털어놓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중국의 지도급인사들도 민족문제에만은 조심스럽다. 『새로운 이이제이에 의한 소수민족의 통합, 중화 유지는 여기에 달려있다』는 것이다.<베이징=하종오 기자>베이징=하종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