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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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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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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합작공장 건설사업을 위해 베트남을 다녀 온 한 재벌회사 중역은 베트남의 개발 붐을 이렇게 한탄했다. 『공장을 지어 달라고 해서 계약을 맺고 오기는 했지만 그 아름다운 해변과 숲, 산과 들이 경제개발로 금방 더럽혀질 것이라고 생각하니 일할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베트남 해변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 모래 속에는 크리스털 유리를 만들 수 있는 원료가 얼마든지 묻혀 있어 좀 과장해서 말하면 그것만 팔아도 나라경제에 웬만큼은 도움이 될 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남부지방의 비옥한 메콩델타는 베트남 7천만인구의 3배를 먹일 수 있는 쌀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런 풍부한 자원을 두고 무엇 때문에 공업을 일으켜 아름다운 국토와 인간성을 황폐하게 하려는지 안타깝다는 것이 그의 베트남 여행담이었다. 공업화로 가는 길은 같다. 지난 30년간 우리가 지나온 길로 중국과 동남아 각국이 따라오고 있고, 베트남이 이제 첫발을 내딛고 있다. ◆도시와 공장지대가 발전하면 공장과 서비스업에 종사할 인력이 필요하고, 시골에서 농사짓던 사람들은 돈벌이를 위해 도시로 모여든다. 대도시는 서울이나 상하이, 방콕처럼 자동차와 쓰레기, 공장매연으로 오염돼 숨쉬기조차 힘들게 된다. 반면에 농촌에는 농사지을 사람이 줄고 경제개발에 농지를 빼앗겨 식량생산이 갈 수록 줄어든다. ◆북한이 최근 여러 나라에 쌀을 요청하고 있는 배경에는 중국의 식량생산감소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경제개발에 따라 중국의 식량생산이 자급수준에 못미치게 되면서 북한을 지원할 여력이 없어진 것이다. 인구학자들은 동아시아의 경제개발이 이처럼 급속도로 진행되다가는 아시아에 파국적인 기근현상이 곧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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