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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가네마루 불법자금 45억엔 챙겨/세계의 정치자금 스캔들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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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가네마루 불법자금 45억엔 챙겨/세계의 정치자금 스캔들 사례

입력
1995.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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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니풀리테」로 수천명 체포·총리 물러나/페루 마약조직 「검은돈」 척결 헌정중단까지/인니 수카르노 「혁명기금」 8조원 비밀예치전직대통령의 「4천억원대 가·차명계좌 보유설」이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급기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조성과정이 불분명한 검은 돈이 문제가 된 대형 정치스캔들은 많았다. 다만 권력핵심부가 관련된 불법정치자금과 뇌물사건을 단죄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사회의 성숙도와 민주주의의 정착여부, 사법당국의 부패척결의지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4천억원대 정치자금조성설을 계기로 해외의 대형정치스캔들과 그 처리과정을 알아본다.<편집자 주>

▷일본◁

정치인들의 「검은 돈」은 일본도 한국에 뒤지지는 않는다. 자민당 집권시절 파벌보스는 기업에서 거둬들인 불법자금으로 자파세력을 유지했기때문에 유력정치인일수록 비자금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일본정치인들의 수입은 표면적으로 ▲정치헌금 ▲강연료등 잡소득 ▲급료인 세비와 수당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소속상임위와 연관된 이권개입이 가장 큰몫을 차지하고 있다.

영향력있는 정치인들은 대기업의 신규사업과 관련, 뭉칫돈을 거둬들이는데 가네마루 신(김환 신)전 자민당 부총재가 사가와규빈(좌천급편)사로부터 5억엔을 챙긴 것이 최근 불법정치자금의 대표적인 케이스. 가네마루는 93년 3월 탈세혐의로 구속될 때 45억엔의 불법자금을 무기명 할인채권(양도성예금증서·CD)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인들의 스캔들이 드러날 때마다 도쿄지검특수부가 예외없이 나서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전직총리를 비롯한 핵심정치인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려 국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일본정계의 실력자 가네마루가 일부 자금으로는 금괴를 구입, 개인사무실에 은닉한 사실이 드러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정계를 떠나야 했던 것도 검찰의 수사때문이었다.

93년 자민당정권 붕괴후 연립정권이 들어서면서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차단키 위한 각종 정치개혁법안의 통과로 정치자금의 투명성은 제도적으로 어느정도 강화됐다.<도쿄=이재무 특파원>

▷유럽◁

이탈리아는 현재 부패청산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부패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 92년 2월부터「마니 풀리테(깨끗한 손)」라는 부패추방운동이 벌어져 수천명이 체포되고 2명의 총리가 물러났다.

93년 4월에는 안드레오티 등 전직 총리 3명이 한꺼번에 부패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7차례나 총리직을 역임한 바 있고 종신 상원의원이기도 한 줄리오 안드레오티는 마피아와 결탁, 검은 거래를 해 온 혐의로 오는 9월 법의 심판대에 설것으로 보인다. 베티노 크락시 전총리는 정부발주의 밀라노지하철공사를 알선해 준 대가로 업자로부터 2천5백만달러(1백90억원)를 수뢰한 혐의를 받고 해외로 도피중이다. 치리아코 데미타전총리는 지난 80년 발생한 나폴리지진의 피해복구사업자금 수백만달러를 부당하게 지출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이들이 쌓아온 명예가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무너져 버렸음은 물론이다.

94년 5월 부패척결을 내세우며 출범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마저 집권 7개월만에 부패사건과 관련, 사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총리 취임전 자신의 소유인 피닌베스트그룹 계열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던 한 사찰관에게 14만달러의 뇌물을 준 혐의때문이었다. 베를루스코니는 총리 재직중 검찰에 출두, 7시간동안이나 신문을 받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는 오는 9월로 예정된 정식 재판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의 정치 생명도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다.

이와는 좀 다른 경우지만 프랑스의 피에르 베레고부아 전 총리는 지난 93년 5월 1일 자신에게 가해진 「누명」을 벗기 위해 권총자살을 했다. 프랑스언론들은 그가 친구인 사업가로부터 1백만프랑(1억 6천만원)을 무이자로 꾸어 파리소재 30여평의 아파트를 샀다고 끊임없이 비난해 왔다.

그가 「거액」의 돈을 빌려준 친구 기업인이 내부자 거래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되자 언론들은 당시 재무장관으로 재직중이던 베레고부아가 1백만프랑 무이자제공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연일 보도했다. 죽음으로 혐의를 벗고자 한 그의 의도와는 달리 프랑스국민들은 대부분 베레고부아가 스캔들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

▷남미◁

지난 70∼80년대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정치인·관료의 부정부패가 극심했던 페루는 후지모리 대통령이 헌정중단을 선언하면서까지 부패척결에 나섰다. 그는 법을 제정해 마약카르텔로부터 정치자금을 끌어들이는 정치인들을 뿌리뽑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브라질의 경우 페르디난도 클로르 데 메이요 대통령정부가 각료전원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바 있다. 현지 언론들은 매년 정치인들사이에 오가는 「검은 돈」이 1백50억달러가 넘는다고 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이 지난 89년 7월 취임한후 연속적인 부패스캔들로 파면시킨 장관만해도 10여명이 넘을 정도다. 심지어 처남이 특정기업의 수입절차를 신속 처리해준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시비로 메넴대통령이 한동안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아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국가도 개발독재를 거치면서 전직대통령들이 재임기간에 은닉한 재산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이었던 수카르노는 과거 「혁명기금」으로 조성한 수십억달러의 금괴와 현금을 전세계 여러 은행에 비밀 예치한 것이 최근 밝혀졌다. 50∼60년대에 조성된 「혁명기금」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일본 독일 영국 미국 스위스 네덜란드의 은행에 예치돼 있으며 모두 1백17억5천만달러(약 8조9천억원)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도 마르코스 전대통령가족이 스위스은행에 3억5천6백만달러(약2천8백억원)를 은닉해 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스위스은행측과 교섭해 예금환수를 추진하고 있다.<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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