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벌어지는 무역역조/「일 베끼기」에만 급급,기술예속 고착화일본경제를 떼어놓고 우리 경제를 얘기할 수 없다.
최근 우리 경제의 호황도 세계경제 호조와 일본의 엔화강세가 주원인이다. 엔화가치 상승으로 일본제품의 값이 상대적으로 올라 그만큼 우리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수출호조 이상으로 수입도 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급증이 주원인이다. 올해 상반기중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30%가량 늘었지만 이 기간중 대일 무역적자는 40% 가까이 증가했다. 수출품을 만들기 위한 자본재와 각종 부품들을 일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수출이 늘면 늘수록 대일역조도 따라 늘게 된다.
이같은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방된지 50년, 양국 국교가 정상화된지 30년이 지났지만 양국간 교역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엔고 효과도 날로 약화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경제가 일본에 예속돼있다는 증거다. 일본의 기술과 일본제 기계가 없이는 세계시장에서 통할 제품을 만들 수가 없다. 진정한 「경제 독립」이란 현재로선 논의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경제의 대일 의존은 그동안 우리가 밟아온 경제발전 전략이 가져온 당연한 결과다. 지난 50년동안 우리는 겉으로는 「기술개발」을 내세우면서도 이 분야에 돈을 투자하기보다는 일본기술을 어떻게 하면 손쉽게 들여올 수 있을까에 더 노력했다. 기술대국이라는 일본을 그냥 복사하기에만 급급했고 그만큼효과도 거두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세계를 움직이는 중심축이 이데올로기에서 경제로 변했다. 한일 양국간 관계도 마찬가지다.<이상호 기자> <2면에 계속> 이상호>
<1면에서 계속>
◎“기술우위가 경제적 독립 가름”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고려됐던 기술이전이나 경제협력은 더 이상 논의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이 일본의 경제적 예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성장패턴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자본재산업 육성이 시급하다.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기 시작한 것은 일찍 산업화에 성공했기 때문인데, 일본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불가능하다. 일본의 특성인 생산비를 낮추는 대량생산 위주의 「공장주의적 사고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다가는 언제까지나 일본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 경제관료는 이를 「일본적 사고방식」에서의 탈피라고 규정한다. 20세기가 제조업의 세계였다면 21세기는 정보집약적 산업의 시대가 될 것이므로 이러한 새로운 조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일본보다 빠른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일본의 대학에서 「한국경제론」을 강의했던 재정경제원의 오종남 법무담당관은 『일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무엇보다 「학일」과 「동반자」라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섰기 때문에 배움의 대상으로 봐야 하며 또 경쟁자와 적과는 분명히 구분해야지 여기에 감정을 개입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경제논리」와 「정치논리」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의 일본 「예속」문제는 그동안 줄곧 제기되어 왔다. 양국 정상회담때마다 「기술이전」 「경협강화」가 단골메뉴였던 점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우리경제의 일본의존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기술이 뒤지기 때문이다. 경제적 독립의 핵심은 우리의 기술이 어떻게 일본을 따라잡느냐에 달려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기술에 대한 높은 사회적 평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기술은 단지 경제적 산물이 아니라 정치·경제 ·사회적인 분위기가 낳은 한 사회의 총체적 결정체이기 때문이다.<이상호 기자>이상호>
◎한일경협 약사
▲65년 6월:한일국교 정상화
▲67년 8월:제1차 한일각료회담. 상업차관 2억달러 공여 합의
▲75년 6월:한일의원연맹 결성
▲76년10월:한일무역확대 균형위원회 개최
▲78년 6월:한일대륙붕 협정 비준서 교환
▲81년 8월:일본에 60억달러 공공차관 요구
▲83년 1월:나카소네 일본총리 방한, 40억달러 대한경협 타결
▲85년 1월:일본, 대북한 제재 해제
▲85년12월:한일정부간 과학기술협력협정 체결구상 발표
▲91년 9월:한일 경협 및 무역역조 개선을 위한 양국 정상회담
▲92년 1월:미야자와(궁택희일)일본총리 방한, 대일무역 역조개선 위한 액션플랜 마련 합의
▲93년 7월:한국, 대일역조개선실천대책 발표
▲93년10월:일본, 수입확대시책 발표
▲93년11월:한일경제인포럼, 대일역조시정합의문 채택
▲93년11월:한일정상회담, 양국간 신경제협력기구 설치 합의
▲95년 5월:대일역조개선위한 자본재산업 육성방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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