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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은신처는…/CD·장기채권 가장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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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은신처는…/CD·장기채권 가장 유력

입력
1995.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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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명 매매로 익명성 보장 가능/이자도 높아 실명제후 인기폭발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은 과연 어떤 형태로 숨겨져 있을 것인가. 돈에 꼬리표가 달려있지 않는 이상 현금으로 쌓아놓고 사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나 수백억 수천억원을 현찰로 가지고 있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실명제 실시전에는 수표가 많이 쓰였으나 이제는 쉽게 추적이 가능해 예전처럼 애용할 수가 없다. 금융 관계자들은 현 상황으로 보아 양도성예금증서(CD)나 장기 채권등이 은신처로서 가장 유력하다고 밝히고 있다. 비자금의 가장 큰 특성인 익명성의 보장이 상대적으로 제일 확실하기 때문이다.

비자금이 문제가 될 때마다 CD는 「약방의 감초격」으로 거론됐다. 지난해 검찰이 전직 대통령 측근의 비자금을 추적하면서 5백억원어치의 CD를 매입한 사실을 발견해 자금출처조사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다.

CD는 무기명으로 산뒤 만기전에 쉽게 팔 수 있어 금융실명제 이전 검은 돈의 세탁수단으로 곧잘 이용되었다.

실명제 실시후에는 은행 및 증권사창구에서 매입하거나 만기가 되어 찾을 때 실명확인을 해야 한다. 그러나 비자금의 은신처로서 선호도가 그다지 떨어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금융기관에서 구입할때 거래전표에 실명기록을 남길뿐 CD증서에는 매입자에 대한 아무런 기록이 없을뿐 아니라 만기가 되기전 유통시장에서 사고 파는 것이 자유롭고 이 과정에서도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이 발행한 CD를 증권사가 매입해 고객에게 다시 팔 경우 증권사는 창구매출이 아니라 단순히 중개하는 방식으로 처리, 매입자가 드러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매입한 CD를 만기전에 팔면 익명성 보장이 거의 확실해진다. 이같은 과정을 몇차례 되풀이하면 누구 돈이 어떤 식으로 돌았는지 파악하기가 아주 어렵게 된다.

CD에 못지 않은 선호도를 가지고 있는 금융상품으로 장기채권이 있다. 무기명 수익증권형태인 개발신탁이나 산업금융채권 장기신용채권등이 대표적이다. CD의 경우 만기가 30일에서 2백70일로 짧아 재매입과정등에서 노출될 우려가 있는데 비해 이들은 2∼3년에서 5년이 많고 최고 20년까지도 있어 거액의 비자금을 넣어두기에는 편리하다.

CD나 개발신탁은 무기명일뿐 아니라 이자 또한 각각 연 11.5%, 10.5%로 높아 비자금 운용측에서 보면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 때문인지 금융실명제 실시후 가장 인기있는 투자수단중의 하나로 자리를 굳히고 있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없어서 못 파는」정도까지 그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CD 잔고는 실명제 실시전인 93년7월 12조8천억원이었으나 지난해말에는 17조4천억원, 최근에는 21조3천억원으로 늘었고 개발신탁의 최근 잔고는 34조7천억원에 달하고 있다.<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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