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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검은 돈」(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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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검은 돈」(장명수칼럼)

입력
1995.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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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명제 시행 2년을 눈앞에 두고 터져 나온 전직대통령의 4천억원 가명계좌설은 국민에게 심한 좌절감과 분노를 안겨 주고 있다. 전직대통령들을 청백리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4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검은 돈을 가·차명으로 숨겨 뒀다가 『2천억원을 내놓을테니 나머지는 보호해 달라』고 흥정까지 했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국민은 지금 「전직 대통령중 한사람」뿐 아니라 서석재 전총무처장관을 포함한 현 집권층에도 분노를 느끼고 있다. 서전장관이 1일 저녁 기자들과 식사하면서 비보도를 전제로 털어 놓았다는 발언 내용을 읽어 보면 그의 말은 의심할 바 없는 진실이라고 생각된다. 그는 전직대통령중 한사람의 핵심 측근이 자기를 찾아와 그런 부탁을 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과 국세청장에게 물어봤더니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3일 기자회견에서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전했을 뿐이며, 전직대통령이라는 말은 한 적이 없고, 과거 권력주변의 실력자라고만 했다』고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1일 한 말과 3일 한 말중 하나는 거짓말인데, 어느쪽이 거짓이든 공인으로서의 양식이 의심스럽다. 그는 그런 부탁을 받고 청와대와 국세청에 방법이 있는지를 물어보았으며, 그밖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술자리의 화제로 삼았는데, 그런 태도 역시 개혁정부의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한 행위였는지 의심스럽다.

김영삼대통령은 서전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즉각 그를 물러나게 했는데, 그 이유도 알쏭달쏭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전장관이 거짓말을 하여 전직대통령들에게 누를 끼쳤기 때문인지, 진실을 말하여 김영삼대통령이 원치 않는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인지, 국민은 총무처장관이 물러나야 했던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다. 장관이 물러난 이유를 국민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서전장관이 거짓말을 했다면 그의 자질부족은 심각한 상황이고, 진실을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면 그것은 대통령의 진실규명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더욱 심각한 사태다.

이홍구 국무총리는 4천억 가명계좌설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했는데, 이 정부가 전직대통령들의 정부인지, 개혁을 외쳐온 김영삼대통령의 정부인지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적당한 조사로 넘어간다면 국민은 검은 돈의 주인인 전직대통령과 현정부에 이중으로 농락당했다는 분노를 느낄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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