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서로를 모른다고 한다. 이것이 남북관계의 결정적인 걸림돌인 것 같다. 설사 만나서 대화를 나눠도 은근히 적대감을 품고 있으니 뒤끝이 깨끗할 까닭이 없다. 분단 해소와 통일을 위해선 상호 이해가 필수적임을 뻔히 알고 있는데도 이게 좀체 실천에 옮겨지지 않는데 고민이 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카뮈는 「대화가 없이는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대화야말로 이해의 주춧돌이다. 그러기에 남북관계에서 가장 요구되는게 만남과 대화다. 한국일보 주관으로 중국의 베이징에서 열린 남북·해외학자 통일학술회의는 그 성격과 진행이 과거와 달랐다는 데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우선 북한학자들의 반응이 종래와는 다르다. 깨끗이 시작해서 깨끗이 끝났다는 의견을 필두로, 의식차이를 좁히는 기회였다든가 자주만나면 오해가 풀린다는 결론도 나왔다. 꾸준한 대화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적극적으로 서울과 평양에서 다시 만났으면 하는 희망사항까지 피력되었다. 심포지엄에 나온 북한학자의 태도가 진지했다는 사실도 주목거리다. ◆한국과 해외학자들의 평가 또한 매우 긍정적이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유연한 자세가 인상적이라는 말은 무언가 변화를 시사하는것 같기도 하다. 북한 학자들은 「개혁과 개방」이라는 표현은 마다하고 「개선과 발전」이란 말을 새로 썼다고 한다. 그 단어가 실질적으로 어떤 뜻을 함축하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그냥 한귀로 흘릴 말은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식적인 대화가 사실상 없는 현실에서 이번 학술회의의 성과는 거듭 높이 평가할만하다. 개혁과 개방은 아니라도 북한이 개선과 발전을 추구하면서 남북관계가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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