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전장관해임 파문최소화 의지/당정개편 등 정치일정 앞당길듯김영삼대통령은 6일 하오 5박6일간의 청남대 하계휴가를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왔다. 김대통령은 휴가중 오랜만에 한가로운 일정을 보냈다. 하지만 집권후반기를 이끌어갈 정국구상이 마음을 떠나지 않은데다 갑자기 튀어나온 서석재 전총무처장관의 「전직대통령 4천억 비자금설」로 인해 김대통령의 휴가가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특히 5일 저녁 TV로 감격적인 무궁화위성 발사장면을 지켜보다가 김대통령은 외부인사와 전화통화가 연결되자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야권의 공세는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떠들썩하지만 어려울수록 좌고우면하지 않는 김대통령의 성격으로 보아 이번 사건의 해법에서부터 집권후반기의 정국구상에까지 정면돌파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발언파문 하룻만에 서전장관을 경질한 것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국운영의 기조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사전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을 「시중에 떠도는 루머」수준으로 조기진화함으로써 당초 예정했던 대로 「8월 정국」을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대통령은 우선 공석이 된 총무처장관은 향후 있을 당정개편과 분리해 금명간 후임자를 임명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청남대에서 후임자 인선작업을 비서실에 지시한 김대통령은 7일 이홍구총리를 불러 구체적인 인선 및 이번 사건의 수습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김대통령이 큰 의미를 두어온 광복 50주년 행사의 주무장관이 총무처장관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전장관의 낙마는 김대통령의 정국구상에 적지않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민주계의 핵심인물 가운데 한사람인 서전장관이 김대통령의 집권후반기를 맞아 당의 요직에 발탁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중대결심」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역점을 두고 구상해 온 민자당개편은 현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물을 교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예기치 못했던 걸림돌이 나타난 셈이다.
이와 함께 향후정국구상 및 정치일정 시기도 불가피하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당초 8·15까지는 해방 5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살린다는 방향에서 민족화해 문제에 치중하고 그 이후 임기후반기를 맞는 25일을 전후해 후반기 국정운영청사진 제시 및 당정개편을 단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따라서 당정개편은 비자금사건이 조기에 진화되지 않을 경우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렇게 볼때 7일부터 공식일정에 들어가는 김대통령은 일단 이번 사건의 파문을 최소화하면서 예정 스케줄대로 정국을 끌고 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안고 있는 폭발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청남대 구상」이 구체화할지는 불투명하며 그 내용도 상당부분 뒤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같다.<신재민 기자>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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