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돼가는 정치권 파장/서 장관 경질 조기매듭 시도 불구/전노씨 반발·야공세 갈수록 거세전직대통령의 비자금보유설과 관련된 설화에 휘말린 서석재 전총무처장관이 4일 전격경질됐으나 이번 사건의 파장은 쉽사리 잠재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의혹의 당사자로 거론된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측은 서전장관의 해명이 미흡하다며 법적대응방침까지 시사했지만 돈문제는 여전히 미궁으로 남아있다. 여기에다 가칭 「새정치회의」의 김대중 상임고문이 이날 『김영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고 여권핵심부를 압박하고 나서는등 야권의 정치공세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 민자당내의 구여권세력과 정치세력화를 모색해온 5·6공쪽은 서전장관의 발언이 자신들의 행보를 견제하려는 『계산된 것』이라고 줄곧 의구심을 버리지 않는 표정이다.
한마디로 미묘한 시기에 나온 그의 발언이 지방선거이후의 불안정한 정국상황과 맞물리면서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 인상이다. 특히 그의 거듭된 해명후에도 정치권에서는 『서장관의 발언이 과연 사석에서 행한 우발적인 것이냐, 아니면 여러가지 정치복선을 내포한 계산된 것이냐』는 논란이 계속되면서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고 있다.
물론 서장관이 기자들과의 저녁모임에서 「비보도」를 전제, 4천억 비자금설을 전한 현장의 정황을 감안하면 「의도적」이라는 흔적을 찾긴 힘들다. 민주계내에서 누구보다 「구여권세력 포용론」을 주장해 온 그의 평소 언행이나 8월중 민자당복귀가 점쳐지던 그의 동선으로 미뤄볼때 뻔히 예상되는 파장을 감내하면서까지 굳이 민감한 부분을 건드릴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 김대통령이 최근들어 부쩍 신뢰를 표시해 온 서전장관을 파문발생 하룻만에 경질한 것은 나름의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뜩이나 김대통령의 정국운영방식에 대한 민정계측의 시선이 따가운 현실에서 서장관의 「실수」를 마냥 감싸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드러날 김대통령의 집권후반기 정국운영방식이 여전히 정공법쪽에 기울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김대통령이 4천억원대 비자금의 검찰수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야권의 목소리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점도 관심거리다. 서전장관이 『항간의 소문을 전한 것일뿐』이라며 일단 사안의 확산을 막았지만 15대총선을 겨냥한 야권의 공세는 당장 9월 정기국회에서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사건은 작년부터 증시등에서 끊임없이 나돌던 수천억원대 거액전주설에 대한 여론의 궁금증을 더욱 고조시킨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그만큼 없던 일로 덮어두고 가기에는 여권의 부담이 커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이번 사건은 「고의냐, 실수냐」는 발언배경에서부터 과거정권의 정치자금조성의혹, 금융실명제등 개혁조치의 효력, 여권내의 민정·민주계등의 세력다툼, 5·6공세력의 결집움직임, TK세력과 현정부와의 관계등 현정국의 주요변수들을 망라하는 뇌관으로 비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향후 추이도 주목될 수밖에 없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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