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경상수지 개선장기 구조조정 선택 갈림길/적자방어 오히려 적신호·플러스효과 별로없어/원고 더 걱정… 수출채산성 악화·미 압력고조 우려「슈퍼엔고」의 거센 물결이 점차 퇴조하고 있다. 가파르게 치솟던 엔화가치는 하락기운이 점차 뚜렷해지고 대신 무기력하게 곤두박질치던 달러화는 힘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 4월19일 심리적 최종 저지선으로 불리던 달러당 80엔대를 일시나마 붕괴시켰던 엔화환율은 지난 3일 뉴욕 도쿄등 주요외환시장에서 91엔대를 회복한데 이어 4일에도 90엔대의 약세(달러강세)기조를 유지했다. 엔화환율의 90엔대 재진입은 무려 5개월여만의 일이다.
수직상승을 거듭하던 엔화가치의 상대적 약세반전은 대원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엔화의 상승곡선이 방향을 틀면서 원화가치도 자연스레 역전되고 있다. 4월19일 1백엔당 9백55원까지 치솟아 「1백엔=1천원」시대를 예고했던 원화의 대엔화환율은 4일 현재 8백36원14전까지 떨어졌다.
그렇다면 엔고는 끝난 것인가. 외환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엔고」기류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슈퍼」라는 말은 떨어질 만큼 엔화의 위력이 옛같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전문가들도 『당분간 이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슈퍼엔고」의 퇴조는 당초 기대했던 우리 경제의 반사이익폭을 축소시킨다. 「슈퍼엔고」로 대일 무역적자가 악화됐다고는 하나 일본과 가격경합관계에 있는 반도체 조선등의 수출호조로 전반적 경상수지엔 분명한 「플러스」효과가 있었다.
따라서 「슈퍼엔고」의 소멸은 발등에 불로 떨어진 「경상수지적자방어」에 적신호를 알리고 있다. 대신 경기과열 물가불안등 「슈퍼엔고」의 부작용들은 이미 우리경제 내부적으로 해소돼 「슈퍼엔고」의 소멸이 별로 기여하는 바는 없는 셈이다. 엔고둔화의 전체 손익계산표를 보면 득보다는 실이 많은게 확실하다.
정부는 엔고의 상대적 둔화로 경상수지적자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고 원화의 대미환율을 점차 절하방향으로 유도하는 듯하다. 한때 경기진정→자본재도입억제→경상수지개선을 위해 「원고」쪽으로 환율정책의 가닥을 잡았지만 이젠 상대적으로 「원저」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의 경상수지투자를 개선할 것이냐, 장기적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을 기할 것이냐, 「슈퍼엔고」가 수그러지면서 또 한번의 어려운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수출업계는 그동안 수출신장에 큰 몫을 해왔던 슈퍼엔고의 조기매듭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지난 4∼5개월동안의 호기를 별로 활용하지 못한데 대한 자성과 함께 향후 대책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업계는 슈퍼엔고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본격화할지 모를 원화절상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올들어 이미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30원이상 떨어져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는데다 일본과의 협상을 마무리지은 미국의 다음 타깃이 한국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엔고의 둔화는 우선 상반기동안 엔고로 인해 심각해진 산업부문별 양극화현상에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반도체 전자 자동차 철강 조선 유화등 직접 일본과 경쟁하는 제품들의 성장세는 둔화되는 반면 부품과 자본재의 대일의존도가 높아 침체했던 경공업등 나머지 제품들은 다소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엔고의 최대수혜업종이었던 반도체를 비롯, 전자 자동차 철강등은 경쟁력을 회복하게 될 일본기업들과 한판승부에 긴장하고 있다. 50%이상의 수출증가율을 보였던 반도체와 자동차는 가격인상으로 후퇴했던 일본의 경쟁사들의 추격이 시작될 경우 하반기 고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이 가격경쟁력을 잃은 사이 수주를 크게 늘렸던 조선업계도 걱정이 많다. 다만 선수금으로 받은 달러의 값이 떨어져 생겼던 환차손이 어느정도 회복되는 추세라는 게 위안이다. 수출을 이끌어온 이들 업종이 주춤할 경우 우리나라 전체수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이재열·이성철 기자>이재열·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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