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장관 발언서 해임까지/1일기자들과 저녁… 비보도 전제 발언/2일평소처럼 집무… 뒤늦게 보도 알아/3일새벽부터 해명성 회견 불끄기 전력/4일차로 시내 배회하다 절서 깊은 상념서석재 전총무처장관은 4일 새벽부터 하오까지 길거리를 배회했다. 사표수리 발표와 동시에 명패가 사라져버린 집무실은 하루종일 텅 빈채 썰렁했다. 측근들에 의하면 서전장관은 이날 새벽 서울 마포구 성산동 자택을 떠나 시내 모호텔로 몸을 피했다.
호텔을 나선 것은 상오 9시께. 그러나 그 시간부터 하오 5시30분 이임식에 참석하기위해 집무실로 되돌아올 때까지는 행적이 묘연했다. 운전기사만 대동한채 차로 서울 시내를 계속 배회하다가, 어느 절에 가 깊은 상념에 잠겨있었다는 후문이다.
상오 9시께 『서전장관에게서 사퇴의사를 표명했다는 모 신문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는 연락이 왔다』고 비서관이 전했다.
이어 상오 10시50분 갑자기 송태호 총리비서실장이 기자실을 찾아와 『김영삼 대통령이 오늘 서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발표했다. 송실장은 특히 『서장관의 사표수리는 본인이 전날(3일) 이홍구 국무총리에게 사의표명이 아닌 사표를 직접 제출한 것을 이총리가 오늘 대통령에게 보고해 이루어졌다』고 거듭 강조했다. 해임이 아니란 얘기였다.
하지만 이총리가 사표를 하룻밤 동안이나 혼자 갖고 있었다고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서전장관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아무런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사실상 해임을 사퇴형식으로 배려해줬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서전장관은 서울 인사동 모음식점에서 민자당을 출입하는 7개언론사 기자들과 저녁을 함께했다. 총무처장관이 당 출입기자들과 저녁 술자리를 갖는다는게 조금 이채롭기는 하지만 원래 「친정」이 그쪽이고 또 조만간 당정개편과 함께 복귀가 확실시되는 상황으로 미뤄보면 자연스런 자리로 볼 수도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현정권의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를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문제의 「4천억원 가명계좌설」을 화제에 올리게 됐다. 의도를 갖고 한 얘기인지 그저 루머성 얘기를 술자리에서 가볍게 흘렸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나중에 그는 후자였다고 해명했다.
어쨌든 그는 1시간30여분만에 술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날 한 얘기는 모두「비보도」를 전제로 했기에 별 부담없이 귀가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일밤 늦은 시각. 당시 술자리에 참석했던 한 기자가 집으로 그를 찾아가 문제의 발언이 소속 신문에 대서특필된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는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어 3일 새벽부터 집과 집무실에서 거듭 해명성 회견을 갖고 불끄기에 진력했으나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져만 갔다.
발언의 진의와 의도등을 놓고 온갖 해석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야당과 5·6공측인사들이 즉각 강도 높은 공세를 시작, 김대통령은 결국 움참마속의 결단을 내리지않을 수 없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불운 연속 서석재/후보 매수 사건 구속·의원직 상실·이번엔 설화 “좌초”
전직대통령 비자금설 파문으로 장관직을 물러난 서석재 전총무처장관의 최근 정치역정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서전장관은 지난 89년4월 통일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있을때 치른 동해보궐선거 후보매수사건과 관련, 구속된 후 지난 해 12월 총무처장관으로 발탁될 때까지 4년8개월여동안 사실상 「정치적 금치산자」생활을 해왔다.
서전장관은 89년 구속된지 한달여만에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1,2심에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 뒤 서전장관은 92년 14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다시 당선됐으나 93년 1월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판결함으로써 의원직을 잃는 아픔을 다시 맛봐야 했다. 그가 맡았던 지역구인 부산 사하구 보궐선거에서는 후배인 박종웅씨가 당선됐다.
재판진행 기간에 92년초부터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1년간 해외에서 체류하기도 했던 서전장관은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93년말 사면복권됐다.
민주계 핵심실세인 서전장관은 사면복권이후에도 바로 민자당이나 정부의 요직을 맡지 못하다가 94년 12월 간신히 총무처장관에 임명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서전장관은 이 사건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민자당사무총장으로 롤백이 예상돼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전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부산 사하지구당위원장은 예정대로 맡아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60년대 중반 김대통령의 지역구인 부산서구지구당의 조직 책임을 맡으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서전장관은 81년 민한당 공천으로 부산 서구에서 등원에 성공한 뒤 12·13·14대 선거에서 연속 당선됐다. 다시 날개를 접은 서전장관의 정치행보가 전화위복이 될지 여부가 주목된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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