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전직대통령이 4천억원대의 가·차명 예금계좌를 갖고 있다고 한 서석재 총무처장관의 발언은 실로 놀랍기 그지없다. 엄청난 비자금의 규모도 그렇거니와 최근 대리인을 통해 실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배려 가능성을 여권에 타진해 온 것으로 안다는 얘기에는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야당들이 국회의 국정조사권발동으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등 정국이 술렁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주기 위해 사실여부가 마땅히 가려져야 할 것이다.서장관의 발언중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문제의 전직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씨중 한 사람이라고까지 밝혔다는 것이다. 사실 오래전부터 전직대통령이 재임중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으나 확인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 발언자가 전직 대통령을 관리하는 총무처장관인데다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이자 민주계의 실세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비자금발언에 대해 전·노씨측은 한결같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며 불쾌감까지 표시했고, 파문이 확산되자 서장관은 발언내용을 일부 부인했다. 「증권가에 그같은 얘기들이 밑도 끝도 없이 떠돌고 있다더라」고 한 것이고, 과거 권력자들과 달리 김영삼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10억원도 안썼을 만큼 청렴성을 강조했을 따름이며, 또 전직 대통령이라고 지목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2년전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후 가명예금계좌의 실명화는 실명제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요건의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작년 가을 국회재무위의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들은 유력한 경제연구소의 자료를 인용, 실명제실시에도 불구하고 약 20조원의 자금이 가·차명으로 남아 지하경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시정을 촉구했고, 특히 야당의 한의원은 사정당국이 모전직대통령에 대해 자금조사를 한 것이 사실인가 추궁,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일단 부인은 했지만 서장관이 왜 이 시점에서 전직대통령의 비자금관계를 발설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선거후 여당내 5·6공인사들의 이탈과 5·6공세력의 신당설에 쐐기를 박은 것이며 또 실명제의 보완을 요구하는 민정계주장을 견제하려는 것 등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무튼 한시대의 국가경영을 책임졌던 전직대통령의 축재설이 제기된 것은 나라의 도덕성을 훼손시키고 국민들에게 충격과 실망과 좌절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또 본인의 명예를 결정적으로 손상하는 일이다. 정부는 국가기강의 회복과 존경받는 대통령상의 확립을 위해서도 철저히 진실을 규명, 국민에게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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