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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사상 첫 남북 심포지엄­참가자들의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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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사상 첫 남북 심포지엄­참가자들의 소감

입력
1995.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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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평양 오가며 모임 계속했으면”지난 달 31일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열린 「남북·해외학자 통일학술회의」는 무엇보다 광복·분단 50년 사상 남북·해외학자들이 처음으로 공동주최한 심포지엄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이번 회의 참석자들은 의견차이에도 불구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자세를 시종일관 견지했다. 이번 학술회의에 참석한 남북·해외학자 26명의 소감을 들어본다.<가나다순>

◎상대 의견 경청하는 자세 인상적/고병철 미 일리노이대 교수

이번 회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물론 학술적 토의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남북이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회의의 규모등으로 볼때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가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려는 자세를 끝까지 유지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깊었다. 평양을 방문했던 것을 비롯, 지금까지 5차례의 학술회의에서 북한학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북측의 태도가 이번처럼 유연했던 적은 없었다. 회의에 임하는 자세를 이같이만 유지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더 많은 만남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회의 진행 탈정치화 쉽게 어울려/권만학 경희대 교수

이번 회의를 통해 직접 만나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최선의 길이라는 사실을 재삼 확인했다. 특히 회의가 탈정치화하여 진행돼 양측학자들이 훨씬 쉽게 어울릴 수가 있었다. 앞으로 열릴 회의도 탈정치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한이 정치적으로 많이 변한 것 같다. 이번 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을 차치하고라도 현재 북한의 변화에 대한 근거를 정당화하기에 충분했다. 몇가지 용어를 제외하고 주체사상에도 계급, 사회주의등 종래의 핵심개념은 사라졌고 평등도 완화된 형태로 남아 있었다. 이를 통해볼때 중국식 모델이 채택, 이를 정당화 합리화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형태로 변화할 것 같았다.

◎남북학자 한자리 그자체가 의미/길영환 미 아이오와대 교수

이번 회의는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속에서 열렸다. 우리측 학자들은 북한측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주제와 표현에 대해 최대한 언급을 자제키로 묵언의 일치를 한듯 비교적 청취자의 입장에서 회의에 임했다. 북측학자들도 우리측 못지않게 이같은 노력을 기울였으리라고 생각한다. 이틀간의 토론에서 양측이 통일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커다란 괴리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단 한 차례의 만남을 통해 남북 양측이 통일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양측은 괴리감이 크면 클수록 이를 좁히기 위한 상당한 노력과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깨끗이 시작 깨끗이 끝난 모임/김경남 북한 통일문제연 부소장

광복 50주년을 앞두고 남북·해외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통일문제를 논의한 것 자체가 자못 의의가 깊다. 분단50년만에 남북학자들이 모여 앉아 이틀동안 하고싶은 얘기를 모두 했다. 이 회의가 분단을 잇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라고 앞으로 통일을 향해 한발 한발 접근해 나아가자. 이번 회의는 깨끗이 시작해서 깨끗이 끝났다. 북·남은 이런 기회를 통해 상이한 입장이 있으면 합치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일보에 부탁하고 싶다. 통일사업이 잘되도록 부채질을 해달라. 통일은 불가항력이 아니다. 시종일관 해결할 자세와 입장을 갖고 서로 노력해보면 마련되지 않겠는가.

◎통일방식 견해차 해소 시급 확인/구영록 서울대 교수

이번 회의는 남북과 해외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일수 있도록 성사된 자체부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학자들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그들의 기본정치 이념은 아직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측은 한반도 통일의 3대원칙중 우선적으로 자주성을 강조하면서 외세를 배격한다는 명목으로 북미대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남북대화를 진행시키려는 다각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북한이 자신들의 의지에서 보다 동북아 질서의 변화등에 따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회의의 성사결과는 이같은 북측의 커다란 정책상의 변화속에서 이해돼야 할 것이라고 본다.

◎하고싶은 말·논쟁 참느라 애먹어/김연각 서원대 교수

만남자체에 의미를 두다보니 토론과정이 너무 조심스럽고 개인적으로는 긴장됐다.

북한 전공자로서 하고 싶은 말과 논쟁을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 북측 학자들을 처음 만났지만 회의나 사석에서 짐작했던 것보다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었다.

북측의 발표논문이 공동집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쪽의 세대차이가 크다는 것도 느꼈다.

40∼50대는 젊은 축에 속하고 60∼70대가 돼야 노세대라고 보는 것 같았고 김정일도 신세대라고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북측학자들 태도 크게변화 눈길/길승흠 서울대 교수

기대했던 것이상의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한가지 경험을 소개하겠다. 80년대 재미학자들을 평양으로 초청했을 때 북측학자들은 북측 통일방안을 지지하는 내용의 합의문 채택을 집요하게 요구했었다. 우리들은 『만일 그같은 강요를 하면 남조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폭로하겠다』고 말해 북측을 단념시킬 수 있었다. 이에 비춰볼 때 이번에 만난 북측학자들의 태도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해외학자로서 역사적인 계기에 참석할 수 있어 흐뭇한 느낌이다. 과거 남북은 통일의 당위성을 너무 강조해 도리어 진전을 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분단극복이야말로 최고의 애국/김구식 북한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

열렬한 통일염원을 갖고 회의에 참가했다. 우리가 조국통일원칙의 견해를 다듬고 다듬어서 뜻깊고 의의있는 역사를 만들자. 겨레가 주시하는 이 회의에서 민족지상의 과제를 놓고 기탄없이 논의, 통일적 발전과 조국의 융성, 번영을 이루자. 북과 남사이에 민족이 분열된지 반세기만에 만든 통일을 논하는 자리다. 조국통일사업 이야말로 최고의 애국이다. 온겨레의 마음이 점차 하나로 합쳐지면 결국 민족의 대단결이 이루어지고 조국통일이 실현될 수 있다. 우리 모두 지식인의 한사람으로서 민족지상의 통일위업 수행을 위해 특색있는 기여를 하자고 열렬히 호소한다.

◎참가 학자들이 통일 선봉장 돼야/김관기 북한 사회과학원 연구사

남북·해외 학자가 이렇게 모여앉기는 처음이다. 통일 장벽의 돌파구를 학자들이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유익했다고 생각된다. 이번 회의를 통해 남북이 통일의 3대원칙에 대해 본질적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같은 원칙을 놓고 해석이 달라 이같은 이견을 좁히기 위해서는 꾸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주 오래 만나다보면 오해도 풀리고 통일사업도 잘 되리라고 믿는다. 이번 회의에 참가했던 학자들은 각자 돌아가 통일의 선봉장이 되고 인민들을 바르게 인도하는 첨병이 돼야한다.

◎한국일보사 노력덕분 회의 성공/백영철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2년전부터 준비해온 과정에 전혀 어려움이 없지 않았으나 이렇게 회의가 성사되고 무사히 마무리 된 것은 정부의 협조와 한국일보사의 인적 물적 지원 덕분이었다. 북측에서 온 학자들도 나름대로 의제일정등의 합의에서 회의결론까지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회의가 성공했다. 회의에서도 서로 절제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경청태도가 해방 5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의 첫 성과로 보람있었다. 여러가지 통일입자에 대한 시각과 관점의 차이점을 상대견해를 청취하는 과정에서 확인, 이해하게 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을 출발점으로 정례화하길 희망하는 것이 참석자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서로의 의식차이 좁히는 큰 계기/박동근 북한 조국통일연구원 실장

과연 통일과업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는 완전히 달랐다. 지금까지 수차례 북남회담에서 남측실무자들과 대화를 했으나 실망을 느낄 때가 많았다. 이번 회의는 서로의 의식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회의가 잘 됐으니 서울이나 평양에서 다시 만났으면 한다. 우리 학자들은 통일이라는 훌륭한 집을 짓기위해 주춧돌을 놓는데 일조를 하자. 사상 제도를 초월, 북과 남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강요하거나 망상을 갖지 않도록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학자들이 할 일이다. 한국일보가 큰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북 일관적인 주제발표 통제 느낌/박기덕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이번 회의중 북한학자들은 자신들이 맡은 역할 분담에 따라 개인적 의견을 전개하기 보다 누가 발표해도 상관이 없을 정도의 일관적인 주제발표를 통해 철저히 중앙통제를 받고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남북 어느측이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 앞서 서로 다른 삶의 방식에서 오는 차이때문에 쉽게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다는 점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어느정도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같은 느낌은 최근 국제추세의 변화속에서 자의적인 융통성을 보여 주체사상의 영역을 넓히기위해 노력을 보이고 있는 그들의 자세와 무관하지 않다.

◎북 국내외 정세변화 적응에 노력/김학준 단국대 이사장

매우 뜻깊은 학술회의 였다. 북한 학자들의 사고방식과 이론체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북한은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에 적응하기 위해 자기나름으로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개혁과 개방」이라는 단어를 거부하는 대신 「개선과 발전」이라는 말을 새로 쓰는 것이 그 한 예라고 하겠다. 그러나 북한의 적응노력은 이미 한계에 부딪쳐 있다는 인상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북한 학자들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기존노선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을 자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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