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화환대신에/임돈희 동국대 교수·문화인류학(천자춘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화환대신에/임돈희 동국대 교수·문화인류학(천자춘추)

입력
1995.08.04 00:00
0 0

지난 5월에 한 원로민속학자의 민요음반 출간기념모임이 있었다. 그분의 후학들이 마련한 이 기념회의 초청장에는 「화환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화환은 값이 비쌀뿐만 아니라 그날 하루만 쓰고 버려야 하므로 낭비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조촐하고 소박한 모임을 원하고 또 평소 꽃을 꺾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원로선생님의 뜻을 존중해서였다.그런데 몇몇 분이 화환을 꼭 보내어 축하하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왔다. 이들의 고마운 뜻도 받아들이면서 그 비용을 좀 더 뜻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 끝에 화환을 보내고자 한 분이 졸업한 국민학교에 민요음반을 기증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민요음반을 50여년전에 졸업한 모교의 후배에게 보내 사라져 가는 우리 소리 교육에 도움이 되도록 하자는 뜻이었다. 다들 찬성했다. 어떤 분은 이 기회에 졸업후 한번도 찾아가지 못했던 시골모교를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많은 경조사에 보내지는 화환이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면 좀 더 뜻있게 쓰여지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암으로 돌아가신 분의 장례에 화환 대신 그 비용을 암퇴치를 위한 「암연구소」의 연구기금으로 기증한다면 얼마나 소중하게 쓰여지는 것인가.

그동안 정부나 사회단체들은 검소한 의례를 하자는 운동을 많이 전개해 왔다. 정부는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까지 제정하면서까지 의례간소화를 권장해 왔다. 화환도 규제대상 중의 하나로 일정한 숫자 이상을 진열하면 고발되기도 한다. 대개 화환은 개인보다는 기관이나 거래처같은 곳의 장이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비용은 개인의 주머니에서보다는 공금에서 지불되는 경우가 많다. 또 너무 화환이 많이 들어와 고발당한 유명인사나 고위 공무원들도 볼 수 있다. 화환의 의미가 왜곡되고 정반대로 전해지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이제는 형식적이고 낭비적인 화환보다는 화환에 담긴 고마운 뜻을 온전히 전할 수 있는 새 방법들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될 때인 것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