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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억 비자금설 파문/배경과 향후파장/계산된 발언이냐 단순실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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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억 비자금설 파문/배경과 향후파장/계산된 발언이냐 단순실언이냐

입력
1995.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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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부 떠나 규모 등 충격파/“구여신당 등 견제의도” 관측도 복중 하한정국에 전직 대통령의 수천억원 비자금설이 터져나와 큰 파문을 낳고 있다. 서석재 총무처장관이 1일 저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보도」를 전제,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언급한 내용이 발단이다.이처럼 파장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서장관은 3일 서둘러 자신의 말뜻이 잘못 전달됐다는 해명회견을 갖고 진화에 나섰다. 현정부의 청렴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과거 정부의 문제가 나와 항간에서 떠돌던 『전직 여권고위인사가 4천억원 정도의 가·차명계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고민한다더라』는 얘기를 전한 것이 확대해석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장관은 기자들의 잇단 질문에 문제의 인사가 전직 대통령측의 한사람임을 시사했으며 본인이 여권요로에 가·차명계좌의 실명전환절차를 타진해봤다는 말을 덧붙인 것으로 알려져 발언파장을 쉽사리 잠재우기가 쉽지않은 현실이다. 그동안 증시등에서 심심찮게 흘러다니던 「얼굴없는 거액전주설」이 비록 간접적이나마 여권 고위인사의 입을 통해 언급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장관이 『확인 안된 얘기』라며 자신의 말을 극구 해명하고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측도 『서장관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나 우리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일축했다. 이같이 문제의 당사자들이 모두 4천억원에 이르는 돈의 실체와 관련여부등을 일체 부인해 현재로서는 소문의 진위를 가려내기는 힘들다.

그러나 야권이 철저한 진상공개와 검찰수사, 국회 국정조사권발동등을 요구하며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할 태세여서 상황전개에 따라 비자금설은 「정국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야권은 물론 민자당의 구여권출신 인사들은 서장관의 해명에도 불구, 5·6공 세력을 견제하려는 모종의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눈치이다. 5·6공 신당설등 구여권세력의 이탈및 제3의 정치세력화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운신폭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실렸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얘기이다.

이와함께 그동안 금융실명제등의 개혁조치 보완등을 요구하던 민자당등의 목소리도 당분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4천억원 비자금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여론은 이미 구여권 실력자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는데다 이번 사건도 사실상 금융실명제의 핵심인 금융소득 종합과세문제와 직결된 까닭이다.

민자당은 서장관의 해명을 액면대로 받아들이며 『대명천지에 4천억원 비자금이라는게 납득할수 있는 얘기냐』고 파장의 조기축소를 기대하는듯 하다. 하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집권후반기 국정운영방안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미묘한 시기에 돌출된 비자금설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쉽사리 점치기 힘들다.

아울러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건을 확실하게 매듭짓고 넘어가지 못할 경우 정치권에 대한 여론의 불신과 냉소도 더욱 깊어질 것같다.<이유식 기자>

◎서 총무처 발언해명/“시중 루머 전달 확대해석 곤혹”/현정권 도덕성 강조하다 얘기한 것

전직 대통령의 수천억대 비자금설을 언급했던 서석재 총무처장관은 3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한마디로 술자리에서 현정권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시중에 떠도는 루머성 얘기를 그야말로 「루머」처럼 얘기한 것이 잘못 전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장의 확대가 곤혹스러운듯 그는 평소와 달리 사뭇 긴장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날 새벽 성산동 자택에서 1차로 해명한데 이어 출근후에도 당과 청와대등과 수많은 전화통화를 한 끝에 기자들과 만났다.

―발언의 전말은 무엇인가.

『지난 1일 저녁 몇몇 기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취중에 가볍게 얘기한 것이 와전됐다.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것처럼 현정권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강조하다보니 그전에 우연히 들은 루머성 얘기를 하게됐다』

―전직대통령중 한사람이 수천억원의 가·차명계좌를 갖고있다는게 사실인가.

『확실한 건 전혀 모른다. 증권가등 시중에서 떠도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다』

―전직대통령중 한사람은 누굴 지칭하나.

『시중의 얘기임을 전제로 들은대로 「과거 권력주변의 상당한 실력자」가 4천억원의 처리방법을 놓고 고민한다더라는 말만 했다. 전두환·노태우 전대통령은 이름 한자 나온 적이 없다』

―그 얘기를 언제 누구한테 들었나.

『지난번 선거과정에서 사업하는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어떤 사람이 시중에 그런 말들이 있다며 물어왔다. 그 사람도 어디선가 들은 얘기를 한 것 같았다. 그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사람이 여권핵심인 장관의 의중을 떠보기 위한 것은 아니었나.

『무슨 오퍼를 받은 것같은 인상은 없었다』

―당시 모임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게된 배경은.

『시중에 떠도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가명자금이 3,4조원이나 된다느니 10조원이 된다느니 하는 얘기를 하다가 「최근에는 이런 얘기도 있더라」며 한 말이다』<홍윤오 기자>

◎서 총무처 발언요지/“전·노씨중 한명 아니냐” 물음에/“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인 것 같다”

서석재 장관이 1일 저녁 5·6공 정치자금부분에 대해 기자들에게 말한 내용은 다음과같다. 이날 서장관은 『평소 잘알고 지내던 친구 한명이 얼마전 찾아와 「4천억원대의 가·차명계좌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그중 절반을 정부에 기증하면 자금출처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국세청등 관련부처에 알아봤으나 현행법상 그런 방법으로는 실명전환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서장관은 『어떤 사람들이 대리인을 내세워 그런 부탁을 하고 다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시중에 이런 저런 얘기가 많지않느냐. 과거 실력자중 한사람이 아니겠느냐』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럼에도 『전두환 전대통령이나 노태우 전대통령중 한사람이 아니냐』는 물음이 계속되자 서장관은 『두사람중 한 사람인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런 얘기를 하러 온 친구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 『기업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들은 얘기여서 신분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장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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