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구상 관련 경쟁 본격화 분석새정치 국민회의(가칭)의 김대중 상임고문과 김종필 자민련총재사이에 한동안 형성됐던 밀월관계가 끝나고 최근 미묘한 경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두사람은 김고문의 정치참여가 본격화한 지난 6·27지방선거이래 반민자 연합전선을 유지해 왔다. 김고문이 지역분권을 골간으로 한 등권론을 들고나오자 김총재는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화답했고 여권의 세대교체론에도 공동 대처했다. 또 김고문은 『자민련의 출현은 등권주의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김총재는 김고문의 정치참여시비에 대해 『본인의 의사에 맡기면 될 일』이라며 김고문을 적극 두둔했었다.
때문에 선거직후 정치권에서는 한때 두사람의 회동을 통한 공식적인 연대가능성이 설득력있게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김고문이 신당창당을 본격화한 이후부터 이같은 양자간 협력관계에 심상치 않은 균열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김고문은 3일 새정치 회의의 의원총회에서 『자민련은 충청권밖에서는 세력확장에 한계가 있다』며 처음으로 자민련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자민련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여전히 어려운 입장이고 강원도 역시 도지사를 배출했지만 기초단체장이 거의 없어 기반이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김고문은 이어 『TK지역의 무소속은 따로 당을 만들어 독자세력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발언은 TK세력을 자민련으로 통합, 대권도전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김총재의 구상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와관련, 두사람이 무주공산인 TK지역을 놓고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정국구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김고문과 자민련의 박준규 최고고문간 회동사실에 대해 김총재가 탐탁지않은 반응을 보인 것도 이같은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이에앞서 김총재는 지난주 전국구의원을 민주당에 잔류시키기로 한 신당방침에 대해 『이는 법이전에 정치윤리나 인성에 관한 문제』라며 『당의 힘으로 국회의원이 됐으면 당에 대한 신의를 지켜야 한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총재는 아울러 『앞으로는 현정권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겠다』고 밝혀 향후 행보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러한 새로운 양상은 근본적으로 두사람이 상대방을 차기대선의 강력한 라이벌로 인식한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선거국면에서는 여당을 함께 압박한 동반자였지만 민주당과 자민련의 약진으로 신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 만큼 두사람은 이제 경쟁상대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특히 김총재의 경우 확고한 내각제 개헌론자이면서도 선거후 15대 대선출마의사를 여러차례 밝힌바 있다. 물론 이미 과도기에 들어선 정국향배를 예측하기가 쉽지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두사람은 일단 총선과 대선을 겨냥, 서로에 대한 견제와 차별화를 시작한 것은 분명한 듯하다.
김영삼 대통령과의 청와대회동을 전후해 김총재가 김대통령을 향해 「유화제스처」를 보인 것을 두고 김고문측이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두사람의 관계는 대권도전과 반민자노선이라는 두개의 기본축아래 상황에 따라 경쟁과 협력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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