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회담 재개 합의… “정상회담 시기문제”/다각접촉 불구 불신해소엔 시간필요 전망지난 6월 이래 꽁꽁 얼어붙었던 미·중 관계가 지난 1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양국 외무장관회담을 계기로 일단 해빙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번 회담직후인 2일 중국군사보호지역에서 지난달 29일 체포된 미공군장교 2명을 간첩혐의로 추방한다고 발표, 가까스로 풀리기 시작한 미중관계가 또다시 얼어붙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양측의 자제노력으로 한차례의 기우로 그쳤다.
미국측은 외무장관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이미 이 사실을 알았으나 회담에서 거론조차 하지 않았으며 중국측도 이 문제를 더 이상 외교문제로 비화시키지 않기로 결정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군 장교 추방조치가 오히려 양국이 외무장관회담에서 모처럼 마련한 화해분위기를 서로 소중히 하려한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된 셈이다.
중국은 이번 외무장관회담에서 그동안 거부해오던 양국 외무차관급 회담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이에따라 피터 타노프 국무부 부(부)장관과 류화츄(유화추)외교부 부부장이 가까운 장래에 고위급회담을 열어 양국간의 시급한 현안인 중국계 미국인 인권운동가 해리 우의 석방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됐다.
양국은 또 오는 10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양국정상회담 가능성을 검토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무부의 한 관리는 『10월 미·중정상회담 개최가 어렵게되면 11월 오사카(대판)에서 열릴 예정인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자연스럽게 대좌하는 형태로 개최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개최는 시기문제라는 점을 은연중 내비친 것이다.
양국정상회담 개최문제와는 별도로 미·중 양국은 내달 베이징(북경)에서 개최될 예정인 세계여성인권대회를 시작으로 여러 차원의 공식접촉을 재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미국무부는 공군장교 2명에 대한 중국당국의 추방발표가 있던 2일 상오 내달 베이징에서 열리는 여성인권대회에 매들린 올브라이트 유엔주재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올브라이트대사는 지난 5월 리덩후이(이등휘)타이완 총통의 방미로 양국관계가 악화한 이래 중국을 방문하는 최고위급 미관리가 된다. 백악관측은 나아가 이번 회의에 힐러리 클린턴의 참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의회의 불참주문에 대해 힐러리의 방중이 해리 우의 석방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논리를 펴며 중국측의 반응을 떠보고 있는 중이다.
미·중 양측의 이같은 관계복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상호불신의 거리를 좁히는 데는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미국의 봉쇄주의에 대한 중국의 경계심은 서로가 엄청난 이해와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넘을 수 있는 「만리장성」이기 때문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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