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처 위해 파격적이자로 대기업 접근설/“5·6공 정치자금공직자 재산일것” 추정그동안 증권가를 중심으로 소문이 무성했던 「괴자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주인은 누구인가. 전격적인 금융실명제 실시(93년8월12일)로 갑자기 탈출구가 막혀버린 비실명 거액자금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서석재 총무처장관의 발언으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거액자금이 안전한 도피처를 찾고 있다는 루머가 본격적으로 시중에 나돌기 시작한 것은 실명제 실시후부터다. 자금브로커들은 자금전주가 누군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은채 단지 전직 고위층의 자금이라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대그룹에 접근했다.
이 괴자금의 특징은 ▲규모가 수천억에서 1조∼2조원에 이르는 거액인데다 ▲이자는 은행이자에 비해 훨씬 낮은 연 2∼6%에 불과하고 ▲상환기간도 10년이상의 장기간이란 점이다. 만성적인 자금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군침이 도는」자금이 아닐 수 없었다.
이같은 이야기는 자금 사용제의를 받은 기업들이 진위를 확인하려는 과정등에서 널리 퍼졌고 그러다 보니 당시 재무부와 은행감독원도 정체확인에 나서기도 했다. 은감원등의 조사결과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사기성이 농후한 제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괴자금의 활동은 그치지 않아 웬만한 대기업치고 이같은 제의를 받지 않은 기업은 없을 정도였다. 지난해 1월 모대기업은 평소 잘 아는 사채업자로부터 1천억원을 연 4% 10년이상 장기상환조건으로 쓰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브로커는 회장명의의 약속어음을 써주면 예금통장과 도장을 즉시 넘겨주겠으며 정부 고위층과도 이미 이야기가 끝나 안심해도 된다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이 기업은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거절했지만 이와 비슷한 제의를 받은 다른 모기업은 현재 이 자금을 쓰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같은 괴자금의 주인이 누구냐에 대해 금융계와 증권계에서는 ▲5, 6공이 조성한 정치자금 ▲거액 사채전주들의 컨소시엄 ▲재산공개때 긴급 대피한 공직자 재산이라는 루머가 떠다니고 있으나 확인은 불가능한 상태다.
주인이 누구든 거액 괴자금이 노리고 있는 것을 실명이 노출되는 것은 막자는 것이다. 과징금을 물거나 세금을 더 내도 좋으니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가 알려지는 것만은 피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그만큼 자금조성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내년부터 금융소득 합산과세가 실시됨에 따라 가명으로 그냥 놔두기가 어려워졌다. 이름을 빌려준 사람에게 세금이 많이 부과되고 평소 소득정도와 어울리지 않을 경우에는 국세청이 자금출처조사등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기업들에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이유도 그 과정을 통해 돈을 세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장기저리의 조건으로 돈을 제공하면 기업들은 마치 이 돈이 자신들의 소유인 것처럼 실명확인을 할 것이므로 나중에 안전하게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브로커들이 주로 대기업을 상대한 이유도 후일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서장관의 발언내용이 그동안 시중에 꾸준히 떠돌던 괴자금 미스터리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서로 엉키면서 파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금융계는 전망하고 있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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