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선거때 마약조직자금 쓴 혐의 조사/「코카인과 전쟁」불구 재정고문 자백으로 곤경마약조직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에르네스토 삼페르(44)콜롬비아대통령이 자신이 풀어놓은 「마약의 덫」에 걸려 집권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콜롬비아 의회 특별조사위원회가 1일 삼페르대통령이 세계최대 마약조직 「칼리 카르텔」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조사키로 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삼페르는 지난해 6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부터 칼리측으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시달려 왔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의혹을 씻어 버리려는듯 집권이후 마약조직과 전면적이고도 철저한 전쟁을 전개했다. 지난 2월 국내 코카인 경작지를 모두 없애겠다고 공표했으며 3월에는 검찰에 철처한 마약수사를 독려, 칼리의 2인자 호르헤 오레후엘라를 체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알폰소 발디비에소검찰총장이 대선당시 삼페르의 재정담당 고문이었던 산티아고 메디나를 지난주 체포하면서 삼페르의 「마약 커넥션」은 다시 정가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메디나가 검찰에서 『삼페르가 칼리측이 기증한 3백60만달러의 자금을 받으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자백했기 때문이다.
삼페르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TV 회견을 자청, 『마약자금이 유입됐다 하더라도 나는 몰랐다』며 스스로 의회에 조사를 요청,정면돌파방식을 택했다. 그는 마약조직 두목에 대한 잇단 구속과 코카인 경작지 30% 파괴등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자신의 치적을 앞세워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집권 자유당이 의회 특별조사위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선거자금 유입이 발견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관련되지는 않았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기대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발디비에소검찰총장은 2일 페르난도 보테로 현국방장관에 대해서도 관련여부를 조사키로 했다고 발표, 삼페르의 조기진화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삼페르가 칼리측 선거자금을 받기 위해 뉴욕에 비밀계좌를 마련했다는 메디나의 자백은 조작된 것』이라는 보테로의 전날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다. 발디비에소총장은 『보테로가 언급한 내용은 내 사무실에서 도난당한 검찰의 극비문서에 담겨 있다』며 『이는 삼페르등이 이번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몰아 붙였다.
언론들도 『보테로와 호라시오 세르파 내무장관이 메디나가 체포되기 직전 그를 만나 메디나를 희생양으로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폭로, 삼페르를 궁지로 모는데 가세하고 있다.
삼페르는 검찰이 자신의 범죄행위를 입증한다 하더라도 대통령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기소는 대법원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국내법에 따라 사임위기를 넘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 1.7%차라는 박빙의 승리를 거두었던 삼페르는 이번 사건으로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게 확실하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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