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 발언불구 상당한 자신감/향후 당정관계 위상정립 주목평소 민감한 정치 관련 사안들에 관해서는 말을 삼가온 이홍구국무총리가 최근 여권개편및 당정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표출해 적잖은 반향을 낳고 있다.
이총리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영삼대통령의 집권후반기 개혁의 방향등을 제시하면서 『이처럼 개혁의 초점이 바뀌면 내각이 해야할 일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각에 그만큼 무게가 실리게 될 것이며 내각은 내각대로 분발해 후반기 개혁의 중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내각역할론」을 분명하게 제시한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집권후반기에 대비한 당정개편구상을 놓고 장고에 들어간 시점에서 나온 이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다분히 뜻밖이다. 대통령의 고유영역을 건드린데다 이총리 자신도 인사의 대상으로 관측돼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총리의 이날 발언은 개인의 견해라기보다는 대통령과 모종의 사전 교감을 거친 것이 아니냐는 풀이가 일반적이다.
여권등 정가에서는 이 발언을 놓고 여러가지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단순하게 보자면 이총리의 「내각중심 개혁론」은 개혁의 초점이 국민생활개혁 중심으로 바뀌는 만큼 여러가지 정책들이 내각의 몫으로 올 가능성이 많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당정개편을 염두에 둔다면 앞으로의 개편방향과 내용, 당과 정부와의 위상정립등과 관련해 시사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그는 『당과 내각의 불확실한 관계설정 때문에 여러가지 혼선이 온 것도 사실이었다』며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 수록 당정이 더욱 긴밀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큰 공은 청와대로 돌리고 실무적으로 잘한 일은 장관들이 칭찬받도록 해야하며 나쁜일이나 비난은 총리가 받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이른바 「방패 총리론」도 제시했다.
때문에 김대통령의 후반기 개혁 내각은 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만큼 힘이 실리는 쪽으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적어도 앞으로는 정치권에서 해결해야할 일들을 정부가 떠맡아 싸잡아 비난받는 행태들을 방지하고 관계를 재설정하는 쪽으로 당정구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지의 피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구나 이날 이총리 발언의 요소요소에는 상당한 자신감이 배어있는 듯했다. 그는 특히 「만일 유임된다면 각료 제청권을 행사하겠느냐」는 질문에 『총리가 직접 추천하는 관행은 없으나 내 경우는 적어도 지금까지 제청 내지 반대할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이총리는 일단 이번 개각에서 유임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한술 더 떠 이총리가 개각의 폭이나 내용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한다.
『일단 8·15(대통령 중대발표)나 8·25(대통령 집권후반기 시작일)를 지내놓고 봅시다』 간담회를 마치면서 한 이날의 마지막 코멘트는 더욱 묘한 여운을 남겼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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