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상징 가로 등 전시행정 지양/신청사 천천히… 서둘면 또다른 사고불러/“부정은 절대 불용” 안정속 변화/아무리 풀어도 60점밖에 못받는 학생심정▷기조연설◁
7월1일 삼풍사고현장에서 취임한지 한달이 됐다. 삼풍사고로 많은 것이 늦어지고 시정방침의 확고한 정립이 지연돼 유감이다. 빠른시일안에 인사를 매듭짓고 시정의 안정, 정상화를 기하겠다.
최근 업무보고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우선 서울시가 안고있는 문제의 크기와 깊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취약하고 균형을 잃은 재정, 현실과 맞지않고 재정부담능력이 고려안된 도시계획, 행정기구의 낙후성등이 바로 그것이다. 시민을 위한 시정을 책임진 만큼 민주적 시정과 보다 합리적이고 공개된 시정을 펴고자한다.
민선시장에 대한 시민의 기대가 고조되고 집중된 것을 안다. 그러나 기대를 충족할 조건을 갖춘 것인지 생각지 않을 수 없으며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절감한다.
서울시는 아주 크고 부실한 건축물로 비유할 수 있다. 비가 새고 벽이 무너지고 건축물 각부분이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아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막연하다.
현재 서울시의 입장은 어려운 시험을 치르는 학생과 같다. 아무리 제 실력을 발휘해도 60점이상 맞기 어려운 것이 서울시가 직면한 현실이다.
당장 80점을 받을 수 있는 시정을 베풀려는 의욕은 좋지만 사실상 어렵고 이를 위해서 결국 부정행위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부정행위는 할 수 없다. 시민들은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고 바르고 정직하고 성실하고 부패하지 않고 원칙에 충실한 시정은 기대해도 좋다.
안정속에 변화를 구하고 변화하며 안정을 기하겠다.
시민들에게 자발적인 시민의식과 주인의식, 법과 질서의 준수, 공익을 위한 정신, 참을성을 당부한다. 쾌도난마를 시에 기대하는 것은 「화끈한」사고만 일어날 뿐이다.
시정운용방향을 소개한다. 우선 인간위주 행정을 펼치고 경제경영마인드를 광범위하게 도입하겠다. 또 부정은 절대 용납않겠으며 인사를 공정히 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조직개편을 하겠다.
예산을 알뜰하게 사용하고 시정에 광범위한 시민참여를 유도할 것이며 중앙정부와의 관계, 자치구와의 관계도 원활히 하도록 노력하겠다.
▷일문일답◁
―지하철노사문제에 관한 원칙과 해결방식을 밝혀달라.
『지하철공사는 서울시 산하지만 사장이 있고 열심히 문제해결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좀 힘이 들더라도 대화를 통해서 문제가 해결돼야지 시장을 만나 화끈한 대답을 구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본다.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것을 자제해야 하며 지하철공사 당국자와의 협의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시청공무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삼풍사고 수습과정에서 시공무원의 능력과 정신에 합격점을 줬다. 기본적인 능력과 자세를 갖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쓸데없는 행정방식으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것같다. 뜻을 같이하고 함께 시정을 꾸려가면서 안정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 서울시를 과거 복마전으로 부른 것은 서울시 간부와 직원에게는 억울한 표현이라고 본다』
―인사를 미루는 이유는. 김대중씨가 인사는 당분간 하지말고 개혁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는 말이 있는데.
『김대중씨의 제안은 절대 없었다. 시정을 펴는데 나의 원칙에 대해 개입, 간섭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조언을 들을 수 있으나 이는 김대중씨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인사가 늦춰진 것은 삼풍사고수습에 모든 것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또 전혀 얼굴도 몰랐던 시간부들의 성격과 능력 성향을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주부터 부시장인사를 포함, 이달말까지 인사를 단행하겠으며 구청문제도 조속히 매듭짓겠다』
―전시행정을 지양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행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국가상징가로 5대거점개발등의 도시개발은 어떻게 할 것인지.
『국가상징가로는 비전에 문제가 있다. 국가가 아닌 서울을 상징하고 시민을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 각종 계획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광범위하게 시간을 들여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태프들의 조언을 듣고 시민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것이다』
―3기지하철 민자유치고속화도로건설등 장기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검토가 필요하다. 비전과 재정에 대해 재검토를 해야한다. 경제를 중시하는 시장답게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하겠다. 서둘면 또 다른 삼풍사고를 막을 수 없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 시장에 당선됐는데 앞으로 신당에 참여할 지 안할지에 대한 입장은.
『종전에 한국신문편집인협회에서 밝힌 것과 기본적으로 마찬가지 입장이다. 서울시에 관한 업무보고를 받고 난뒤 시 당면문제의 폭과 깊이를 절감했다. 시가 갖고있는 엄청난 문제의 해결에 전력투구할 생각이다. 정당에 관한 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서울시의 산적한 문제를 모두 해결해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하지만 임기중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다』
―신청사건립을 추진하겠는가.
『신청사의 건립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신청사 건립과 같은 대역사를 당장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지 않는다. 좀 기다리는 것이 낫다』<임종명 기자>임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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