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신비에 감탄/환경의 소중함도 절감”/거울같이 맑은물·수많은 야생동물들·원시 흙내음/자연품서 짜릿한 나날… 하이킹·물연구등 교육 특이야트막한 골짜기를 타고 흘러가는 거울같이 맑은 물. 우거진 관목숲 사이를 한가롭게 노니는 수많은 야생동물들. 풀과 흙내음이 물씬 배어있는 향긋한 바람.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있는 별무리와 은하수….
우리나라 대학생 10명은 지난달 14일부터 9박10일간 아프리카대륙 남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청정한 대자연에서 생활하며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체득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한국일보사와 환경운동연합이 후원하고 삼성전자와 캐세이패시픽항공사가 공동주최한 남아공 라팔랄라(Lapalala)환경학교 대학생 참관프로그램에는 남아공 홍콩 타이완등 학생도 참가,문화교류의 한마당이 벌어졌다.
라팔랄라환경학교는 교육방식이 특이하다. 이 학교 교육프로그램은 ▲하이킹 ▲물연구 ▲솔리테리 앤드 타임캡슐(Solitaire and Time Capsule) ▲환경 토론회 ▲사파리 투어등으로 짜여 있다.
하이킹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야생동물의 배설물등이 널려있는 야외에서 기초적인 생태학원론, 동식물등 유기체의 생태계내 역할및 미개지에서 살아가는 비법등을 체득케 하는 것이다. 8명씩 5개조로 나눠 하이킹에 나선 학생들은 동물들의 발자국및 배설물, 새의 울음소리나 앉은 모습, 식물들의 잎모양등 대자연을 이루고 있는 어느 한부분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며 강사들에게 열심히 질문했다.
신수정(19·서울대 외교1)양은 『「살아있는 슈퍼마켓」이라 불리는 환경학교내 자연학습장에서 하이킹을 하다 따먹은 추잉검나무의 파란색 열매가 입속에서 하얀색 즙을 내면서 껌으로 변했을때 절로 탄성이 나왔다』며 『대자연이 이렇게 신비스러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물연구 프로그램에서는 청정한 물과 오염된 물을 따로 채수, 물고기나 올챙이가 얼마나 오래 사는가를 비교해봄으로써 수질보호의 필요성을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 솔리테리 앤드 타임캡슐은 참가자들이 일정기간동안 집단과 떨어져 대자연 한가운데에 홀로 있게 함으로써 자연과 친하게 만드는 것이다.
참가학생들은 오래전 이곳에서 살았던 부시맨들의 동물 암각화및 구석기시대 흔적을 관찰했고 야생동물들의 습격에 대비해 안전하게 개조된 지프차량을 타고 동물떼를 쫓는 짜릿한 즐거움도 맛봤다.<글=김성호 기자>글=김성호>
◎라팔랄라 환경학교는 어떤 곳인가/7,500여만평의 광활한 고원지대에 위치/생태계 완벽보존… 매년 3,000여명 교육
라팔랄라 환경학교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내 금 주산지인 트란스발지역 워터벅산맥 언저리 7천5백여만평의 광활한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시에서 북서쪽으로 3백여 떨어진 고원지대 수렵금지지역내에 있는 라팔랄라 환경학교는 야생 동식물의 천국이다.
라팔랄라(LAPALALA)는 줄루족 원주민 언어로 「여기서 잠들다(SLEEP HERE)」란 뜻이다. 즉 문명세계의 찌든 삶에서 벗어나 여기서 긴장을 풀고간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85년 10월 남아공 태생의 세계적인 환경보호운동가 클라이브 워커(59)씨가 설립한 이 환경학교는 전세계 청소년들에게 환경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자연생태계가 완벽하게 보존돼 있는 이곳에는 매년 3천여명의 남아공 학생들이 찾아와 자연보호 교육을 받고 있으며 세계적인 기업의 지원으로 외국학생들도 교육을 받고 있다.
민간단체에 의해 비영리로 운영되는 이 학교의 환경교육은 독특하다. 주입식 강의방식에서 탈피, 현장체험을 통한 학습을 중시한다. 이 학교에서는 『자연을 살리자』 『환경을 보호하자』라는 구호는 아예 들어볼 수가 없다. 학생들이 자연생태계의 먹이사슬 구조를 알아보고 스스로 터득하게 한다.
수만평의 야외학습장에는 사자 얼룩말 타조 기린 영양등은 물론 블랙 라이노(검은코뿔소) 세이블(검은담비) 론(회색털이 섞인 야생말)과 같은 희귀한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고 2백50여종의 조류들이 떼지어 날아 다닌다.
연중 물이 흐르는 계곡마다 하마와 악어가 자연상태로 살고 있어 간혹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사람을 물어 죽인다는 살인원숭이 「버분(BABOON)」, 멧돼지의 일종으로 땅을 잘 파헤쳐 「신의 정원사」로 불리는 워톡등이 심야에 숙소앞까지 출몰하기도 한다.
동물들 못지않게 식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치명적인 환각성 식물은 물론 추잉검나무 샴푸나무등 생소한 식물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지난해에는 한 환경학교 참가학생이 「데이 트립(DAY TRIP)」이라는 환각성 식물의 씨앗을 따먹고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라팔랄라 환경학교 워커 교장/“젊은 세대 환경관심 큰 다행/자연보호는 정부·기업·민간 삼위일체돼야”
『미래의 주인공인 젊은세대들이 환경보호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 무척 다행입니다』 『자연을 적절히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85년 10월 흑인 원주민들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돼가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라팔랄라지역에 환경학교를 설립, 환경파수꾼을 배출하고 있는 클라이브 워커(59) 「라팔랄라 환경학교」교장의 말이다.
세계적인 환경보호운동가인 워커씨는 『라팔랄라 환경학교는 인간이 자연과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강의위주의 교육을 지양, 체험위주의 현장교육을 중시하고 있다』며 『자연생태계의 먹이사슬 구조 이해를 통한 자연의 이해야말로 진정한 자연보호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을 보호하려면 정부 기업 민간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워커씨는 『정부는 환경보호 지원정책을 결정하고 여기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텁수룩한 수염이 인상적인 워커씨는 『자연훼손을 이유로 자연을 무조건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도리어 화를 부르는 것』이라며 『자연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뿔을 노린 밀렵꾼들이 코뿔소를 마구 사냥함으로써 생태계 균형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정한 구역내의 생태계 먹이사슬을 조사한 뒤 적정숫자를 초과하면 코뿔소를 잡아 뿔을 판돈으로 환경보호 사업을 하는게 가장 효과적인 자연보호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워커씨는 지난 7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보호를 위한 위원회」를 설립, 13년간 의장직을 맡았고 86년에는 그의 친한 동료 2명과 함께 코뿔소및 코끼리보호협회를 조직하는등 야생 동물보호에 앞장서 왔다. 국내외 학술지에 야생 동식물 보호에 관한 수많은 글을 기고해온 그는 틈틈이 야생동물을 살아 움직이듯 펜으로 세밀하게 그린 엽서를 만들어 팔아 자연보호 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거인의 서광」이라는 저서에서 위기에 처한 코뿔소와 코끼리의 절박한 처지를 설득력있게 기술해 관심을 모았다.
부인 코니타여사도 환경학교에서 2가량 떨어진 집에서 2살배기 아기하마를 정성스럽게 보살피고 있으며 흑인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설립하는등 자연과 흑인인권 보호에 온가족이 나서고 있다.
『원주민들도 이제 자연자원을 보호하므로써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무엇인가를 알기 시작했다』는 워커씨는 『흑인 원주민중 상당수가 자연환경을 보호하는데 협조하고 관광수입의 일부를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라팔랄라(남아공)=김성호 기자>라팔랄라(남아공)=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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