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의식 벗고 진지한 논의 시작을/양측방안 타협점 도출 가능/관계개선·무조건대화 당면과제광복 50년 분단 50년이되는 올해는 남북 양측이 모두 통일과정에서 의미있는 해로 설정했었다. 양측은 통일에 관한 진지한 토론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와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학술회의는 첫째, 통일을 위한 지금까지의 정치적 노력이 실패했다는 반성위에서 둘째, 진지한 통일논의의 시작을 이뤄야 한다는 자기책임에 기초해야 한다.
50년대 북측의 「평화통일론」은 사회주의체제, 총선거, 미군철수에 기초했었다. 60년대의 「연방제」통일방안은 미군철수를 총선거의 전제로 명시하고 과도적으로 연방제를 하자는 것으로 평화통일론과 구별된다. 73년이후엔 「고려연방공화국」창립방안이 등장했다. 이승만정부는 한국전쟁후 북한에서만의 자유총선거에 의한 통일주장으로 복귀했다. 4·19혁명후 민주당정부는 「유엔감시하의 남북한 총선거」방안을 내놓았다. 박정희정부는 70년 평화통일구상선언등으로 북측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했다. 전두환정부는 최초의 종합적 통일방안인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에서 민주, 자유를 통일국가의 목표로 통일헌법비준등을 남북한 총선거에 맡겼다. 김영삼정부는 노태우정부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구체화시킨 「3단계 3기조」통일방안을 거쳐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이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완성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구현을 제시하고 있다. 통일정책으로 「선교류 후통일」을, 통일원칙으로 자주, 평화, 민주를 채택했다. 통일과정은 화해및 협력단계―남북연합단계―통일국가완성단계로 설정했다. 통일국가의 형태는 통일헌법에 의한 「1민족 1국가 1제도 1정부」이다. 북측의 고려연방제는 연방을 최종적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90년대들어 고려연방제는 잠정적으로 지역정부에 더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를 강조, 단계적 통일방안으로 구체화됐다.
현시점에서 양측의 통일의지와 통일방안은 대결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어 양측 체제의 미래변화를 예측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념·체제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이는 국가사회주의와 중진적 자본주의의 대립이다. 현실의 국가사회주의 국가들은 20세기말 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경제적으로 낙후, 소련 동구 중국 모델등 세경로를 통해 변화했다. 북한에도 변화는 구조적 요구로 다가오고 있고 현명한 선택은 중국식, 즉 개혁적 사회주의인 것으로 보인다. 남측 자본주의 역시 국제적인 경제전쟁과 민주주의 신장등으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고 개혁적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가리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된다면 양측은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며 1단계로 교류·협력이 확대될 것이다. 교류·협력이 진전되면 여러 제도와 기구들이 남북을 열결하게 돼 남측 통일방안의 2단계인 남북연합에 준하는 체제의 등장이 요구될 것이다. 이때 통상적 의미의 연방제는 매력적인 선택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남측은 단일중앙정부와 자유민주주의를 미래의 선택으로 남겨두면서 북측이 주장하는 연방제의 수용을 검토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의 현단계는 경제적으로 민족국가를 넘어서는 광역국가의 출현을 요구하고 있는데 한민족에게도 통일은 민족적 당위성을 넘어 경제적 현실에 의해 요구되고 있다.
양측이 구조적 개혁요구에 최상의 대응을 한다면 통일경로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통상적 의미의 연방제가 결합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즉 화해·협력, 남북연합, 연방의 3단계가 그것이다. 이때 양측 지도층의 통찰과 기득권정치를 넘어서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이같은 타협적 통일방안이외의 현실적 차선책은 체제등 갈등적인 부분에 대해선 「의도적 침묵」을 지키는 것이 될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양측의 관계개선이 당면과제이며 양측에 필요한 것은 한민족 현실주의로 무조건적으로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요구된다.
□남측대표
권만학
80년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83년 미텍사스주립대(오스틴)석사
88년 동대학 국제정치학 박사
텍사스주립대 객원교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93년 경희대 교수
◎연방제외 다른안 검토 용의/절차·방법 민족적합의 이뤄야
북에서 온 저희들은 지금까지 해외에 계시는 학자들과는 여러번 만나 통일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오늘처럼 해외학자 뿐만 아니라 남조선학자들과도 만나 민족의 대단결과 통일방도에 대하여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기는 처음이다.
민족공동의 조국통일방도를 바로 찾아내는 것은 우리 7천만 겨레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더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이다. 물론 통일문제를 풀어나가자면 외세의 간섭과 외세 의존을 다같이 물리치며 북과 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 또 쌍방사이의 다방면적인 합작과 교류를 발전시켜 민족대단결을 이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통일국가의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통일의 절차와 방법에 대한 민족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북과 남은 지금까지 다른 나라들과 맺고있던 대외관계를 전반적으로 정리해야 하며 유관국들과의 관계를 새롭게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들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족공동의 조국 통일방도를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조국통일방도 모색을 위한 노력을 50년동안 계속해왔다. 통일방도를 찾기위한 우리 민족의 피나는 노력은 72년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을 기본내용으로 하는 조국통일 3대기본원칙을 민족공동의 통일원칙으로 확인하고 7·4공동성명이 발표됨으로써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오늘까지 남과 북에서 제시된 통일방안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보면 그것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비롯하여 남조선의 각계층속에서 나온 연방제까지를 포함한 연방제 통일방안이고, 둘째로는 남쪽에서 제기한 「국가연합」,일명 「남북연합」이며 셋째로는 김대중씨등이 제기한 것으로서 「국가연합」과 연방제를 순차적으로 결합시킨 통일방안으로 갈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연방제 통일방안과 국가연합 사이의 간격은 사실상 멀고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연방제통일방안이 북과 남, 해외의 모든 겨레에게 능히 접수될 수 있고 환영받을 수 있는 통일방도라고 생각한다.
조국통일은 누가 누구를 먹거나 먹히지 않는 원칙에서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 제도, 두 개 정부에 기초한 연방제 방식으로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 만일 이밖의 다른 방식이 있다면 북과 남의 어느 일방이 타방에 대해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강요하는 것일 따름이다. 다시 말해서 75년 북부월남이 전쟁의 방법으로 남부월남을 통합한 그러한 통일이거나 90년에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합한 방법이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방법은 우리나라의 실정에는 부합되지도 않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재현될 수 없다.
「남북연합」방도는 세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하나는 남북연합이 1민족, 1체제라는 제도통일로 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다음은 남북연합 자체가 국가연합의 별명에 지나지 않으며, 마지막으로 제창자 자신들조차도 그에 대해 실질적 의의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연방제 통일방도가 가장 정당한 통일방도가 되는 이유는 북과 남의 이익을 다같이 고려한 공명정대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또 능히 실현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연방제 통일방안이 가장 좋은 통일방도라고 생각하지만 그 실현을 위한 절차나 방법에서는 다른 긍정적인 의견도 배제하지 않으려고 한다. 민족공동의 통일방도를 마련해내자면 조국통일방도를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협상마당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통일정세는 좋게 발전하고 있다. 조국의 통일실현을 굳게 제동하고 있던 동서냉전구조의 마지막 구축물이 조선반도에서 소리내며 무너지고 있으며 분단 해방 50년이 되는 8·15를 맞아 우리 민족의 통일열망은 전례없이 고조되고 있다. 온민족의 뜨거워지는 통일열망에 따라 민족공동의 통일방도 모색은 멀지않아 착실한 결실을 맺게되고 아울러 90년대 통일의 날도 오래지 않아 밝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북측대표□
손영규
70년 김일성종합대학 철학부
78년 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박사원과정
82년 철학연구소 연구실장
사회과학자협회 회원
사회정치학 학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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