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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삼매경” 더위를 잊는다/중견·신진작가들 신작출간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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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삼매경” 더위를 잊는다/중견·신진작가들 신작출간 잇달아

입력
1995.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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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적인 주제향한 집요한 탐색 돋보여­「내정신의 그믐」/광개토왕릉 비문매개 추리기법 역사 복원­「가즈오의 나라」/같은 의대 다닌 남녀 30살까지의 성장그려­「마당에 봄꽃이…」오랜만에 신작소설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됐다. 하절기 제 철을 만난 듯이 여러 출판사가 중견·신진작가들의 소설작품을 다투어 내놓았다. 「생성」으로 이산문학상을 수상했던 유순하씨의 장편 「아주 먼 길」과 최수철 중편소설집 「내 정신의 그믐」, 한강 소설집 「여수의 사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동시에 나왔고 「원미동사람들」의 작가 양귀자씨가 두 권 분량의 장편소설 「천년의 사랑」을 살림에서 냈다.

또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던 박일문씨가 장편 「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전2권)와 불문학자 김이소씨의 첫소설 「칼에 대한 명상」이 민음사에서, 4백만부가 팔려나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작가 김진명씨가 2년여만에 장편 「가즈오의 나라」(전2권)를 프리미엄북스에서 펴냈다. 중견작가 조성기씨의 소설집 「우리는 완전히 만나지 않았다」와 신예 강규씨의 장편 「마당에 봄꽃이 서른번째 피어날 때」(이상 세계사간)도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을 찾는 여름독자들을 반갑게 한다.

중편 4편을 묶은 최수철씨의 「내 정신의 그믐」은 「화두, 기록, 화석」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랑」등에서 이미 드러낸 관념적 주제에 대한 집요한 탐색을 보여준다. 소설은 세계와 「나」라는 한 주체, 그리고 그가 살아내는 인생의 여러 모습과 상념들에 대한 치밀한 소묘이다.

『이 이야기들을 쓰면서 문학의 이름으로 문학을 위반하는 행위, 나의 내밀한 욕망과도 무관하지 않은 그 행위와 싸웠다』고 작가가 밝혔듯 1인칭 화자는 끊임없이 어떤 욕망과 싸우는 인간이다. 그 욕망과 삶에의 혼돈은 「나」의 머리속에 어지러이 타오르는 「불」이고 뒤틀리지 않은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 「나」는 냉정한 「얼음」의 자세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작가가 결국 도달하는 곳은 「아마도 중요한 것은 변화가 아니라 화해이다. 얼음과 도가니의 화해. 얼음으로 만들어진 도가니 속에 쇳물이 부어짐으로써 이루어지는 화해」의 모습이다. 삶에 대한 집요한 반성이 두드러지는 소설이다.

첫 소설로 대중소설의 상업적 위력을 실감케 했던 김진명씨는 「무궁화…」와 마찬가지로 신작에서도 추리소설적 기법을 통해 박진감있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광개토왕릉비의 비문변조설과 임나일본부설의 진위를 서지학에 근거한 추리와 시베리아전설의 비밀등을 통해 풀어낸다. 일본 닛코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한국인유학생 상훈과 재일한국인 2세 가즈오, 양심적인 일본여성 하야코등이 역사의 실체에 접근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92년 문예중앙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한 강규씨가 당선작이었던 중편을 개작한 「마당에…」는 같은 학교 의대를 다닌 남녀의 스물 둘부터 서른 살에 이르는 성장을 그린 소설.

학생시절 단 한 번 말을 걸어보는 것 외에는 두 사람 사이의 소통이 작품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두 젊은이의 삶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명사로 끝맺는 문장들이 많아 때로 읽기에 거슬리지만 안정된 문체가 그 흠을 가리면서 작품에 일정한 무게를 안겨주고 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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