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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사상 첫 남북 심포지엄/토론 지상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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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사상 첫 남북 심포지엄/토론 지상중계

입력
1995.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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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사상 지나친 강조로 변화막아”/“계급 투쟁이념 탈피한지 이미 오래”31일 하오 있은 학술회의의 첫주제 「통일의 원칙과 화해협력」에 대한 토론은 기대와 우려가 한꺼번에 섞인 가운데 시작됐다. 이날 상오는 4명이 주제발표를 하고 회의를 마쳤기 때문에 서로의 주장만 있은 셈이었다. 첫토론에 다소의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당연했다.

앞서 진행된 주제발표에서는 예상대로 인식의 골이 새삼 확인됐다. 7·4남북공동선언이 합의된지 23년이 지나는 동안 남북은 이 선언에 포함된 통일원칙인 자주·평화·단결(북측=민족대단결)의 의미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발전시켜 온 사실이 거듭 드러났다. 토론이 상대를 설득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회의장은 자칫 논쟁의 판이 될 수 있었고 차이점을 건드리지 않을 경우 무미건조한 발표장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걱정은 이내 기우임이 밝혀졌다.

남북 양측은 용어의 의미를 묻는등의 탐색전을 편뒤 최장집 고려대교수의 발제로 곧바로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갔다. 최교수는 「자주」에 대한 북측의 주제발표와 관련, 『지나치게 주체사상을 강조하면 도리어 민족적 정체성을 가져오고 변화를 가로막게 되지 않느냐』고 직설화법을 구사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과거에는 주체사상에 긍정적 측면이 있었던게 사실』이라고 북한의 입장을 배려하는 듯하면서도 『그러나 이념문제 때문에 남북이 탈냉전의 국제정치 정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교수는 이어 통일의 국내기반문제를 언급, 『북한을 개방, 변화시키는 것은 남한의 몫』이라면서 통일전 서독의 경우를 예시했다. 흡수통일된 독일의 사례를 북측인사에게 제기하는 것은 흡수통일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북측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언급을 피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그러나 최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남북관계에서는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자주」를 강조하지만 남북이 적대적이기 때문에 도리어 외세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진다』고 할말을 다 해버렸다.

이에 대해 북측의 손영규 사회정치학회 연구사가 반박을 시작했다. 그는 『남측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주체사상」이라는 용어를 피하겠다』고 한자락을 깔았지만 논리에서는 양보가 없었다.

손연구사는 『우리는 과거 동구권과 같은 계급주의적인 투쟁이념을 탈피한지 오래』라면서 『통일이전 동독은 통일을 원하지 않았고 서독은 이를 원했다는 점을 볼 때도 독일과 우리나라는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권이 붕괴돼 한두개 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북한도 망하지 않겠는가, 남쪽에서 도와서 개혁·개방으로 끌어내 자유주의체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남측에 있다』면서 『그러나「통일철학」은 본래부터 혼자 살자는 사상이 아니며 인류보편적인 사상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승적 차원서 대화채널 유지해야”/“개혁·개방요구는 「힘의전략」 아닌가”

그는 이어 『그러나 이빨도 안났는데 콩밥부터 먹을 수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먼저 나라와 민족을 튼튼히 해야 한다』면서 『밖으로 나가기 위해 이를 튼튼히 하고 있는데 국제사회에서는 피상적으로 북한을 폐쇄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연구사의 이같은 얘기는 확대해석할 경우 북한이 개방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다음 토론자인 백영철 건국대교수는 남북당국간 대화의 자세변화와 함께 교류확대등 점진적 통일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는 『자주·평화·단결이라는 원칙에 합의해 놓고도 남북대화는 지속될 때보다 단절된 시기가 많았다』면서 『이는 양측이 사건·사고등 우발적인 요소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화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바탕위에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교류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북측 단장인 김경남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당초 원칙적인 문제만을 논의한다는 합의였으나 토론이 진행되다 보니까 민감한 현실문제를 논의해도 될것같다』면서 국내정치체계, 평화협정체결문제등에 대한 주장을 차례로 전개했다.

김부소장은 『개혁·개방이라는 것이 「힘의 전략」중 하나로 공공연한 간섭을 펴 우리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전략으로 생각된다』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정치 경제 문화등 여러가지 조건이 있으며 우리는 정치적 조건에 대해서는 물질적 풍부를 향유하는 것 못지않은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측 토론자들이 남북기본합의서를 언급한 것과 관련, 『평화협정체결은 여러가지 과거 조건으로 볼 때 우리와 미국간에 이러한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고위급회담(정상회담)을 하자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된 입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송두률 독일 훔볼트대교수는 「조개」를 비유한 통일론을 제시했다. 그는 『조개껍질이 두개라도 조갯살은 보호할 수 있다』면서 『서로 다른 체제일지라도 민족의 동질성을 찾아 하나로 합쳐 갈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통일도 당초의 이상은 연방제적 구도였다』며 『그러나 현실정치가 이같은 이상을 내버리게 했으며 통일이후 마음의 장벽을 도리어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송교수는 『중국과 일본에 포위되는등 동북아질서가 재편되기 시작하는 상태에서 앞으로 10∼15년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 기간동안 남북 모두를 살리기 위한 길을 찾는게 소망』이라고 말했다.<베이징=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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