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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의 현장 발로 확인”새 풍속도/민선단체장 출범한달…공과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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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의 현장 발로 확인”새 풍속도/민선단체장 출범한달…공과 점검

입력
199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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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단체장 체제 1개월동안 지방행정엔 구체제의 지각을 깨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상당수 민선 단체장들은 주민들과 직접 대화를 하는등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지역이기주의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등 부정적 현상도 두드러져 우려를 낳게한다. 1일로 단체장출범 한달을 맞은 지방자치단체의 공과 과를 짚어보고 건강한 지방자치제의 실현을 위해 개선해야할 주요 과제를 점검해본다.<편집자주> ◎긍정 측면/대민서비스 크게 개선/효율적 행정체제·경영기법 도입도 활발

민선단체장들이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대민 행정서비스 개선이다.

부산 수영구, 대구 동구, 강원 인제군, 전북 정읍시등은 주민들의 의견을 굴절없이 듣기위해 구청장실 및 시장·군수실을 1층 민원실옆으로 옮겼으며 대구, 전남, 서울 관악구, 부산 중구, 광주 남구, 대전 유성구등은 단체장 직소 민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서울 성북구는 버스를 개조한 이동구청장실을 운영, 민원현장을 직접 찾아가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으며 충북도와 전북 무주군, 전남 고흥군등은 단체장이 직접 산업현장이나 산간벽지등을 돌며 생생한 민의를 모으고 있다. 특히 광주 북구청은 친밀한 구청만들기의 일환으로 구청담장을 허무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와함께 주민편의를 위해 서울 광진구는 동사무소 일요일근무제를 실시, 일요일에도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하고 있으며 서울 성북, 강북구등 대부분의 구는 토요일에 전일근무제를 실시해 하오에도 민원서류를 떼주고 있다. 또 대구 수성구청은 매일 새벽 5시였던 쓰레기 수거시간을 공휴일에는 하오 8시로 늦췄다. 또 냉장고등 대형쓰레기 수거방법도 동사무소 신고와 수수료를 납부해야 수거하던 것을 전화 신고만 하면 일단 수거한뒤 수수료를 받는 방법으로 전환했다.

관선단체장시대의 일방적인 지시사항 전달등 권위주의적인 잔재가 사라진 것도 두드러진 변화다.

경북도는 도지사와 시장·군수의 좌석배치를 서열순에서 원탁식의 대등한 형태로 바꿨으며 종전 도청에서만 개최하던 시장·군수회의를 각 시군에서 돌아가며 열기로 했다. 전북도와 부안군등은 월례조회를 폐지하고 청내방송으로 대치키로 했다.

이밖에 대전 대덕구, 인천 부평구, 경기 수원시, 강원 삼척시, 전남 나주·담양시, 경북 봉화군등은 단체장관사를 폐지하고 이를 매각·임대해 주민복지기금으로 쓰거나 복지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대구 동구, 광주 북구, 인천 서구등의 단체장은 관용차 사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수단이나 도보로 출퇴근하면서 「거리의 민심」을 직접 챙기고 있다.

효율적인 행정 구축과 경영기법도입도 민선단체장시대의 트레이드 마크중 하나다. 서울 송파구는 지난달 20일부터 구에서 고지하는 모든 세목의 납세고지서에 과세담당자 이름을 적는 지방세 실명제를 도입하고 있다.

부산 동래구는 행정효율제고를 위해 각 실·과 유사업무를 통·폐합한다는 방침아래 현재 조직진단을 실시중이며 지역현안에 대해서는 「동래온천장 개발팀」「동래역세권 개발팀」등 실무진으로 구성된 「팀제」를 도입, 업무추진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박사등 전문가로 구성된「인천 21세기 연구센터」를 8월중 정식 출범시켜 인천의 기획정책·도시개발·환경·사회개발등에 대한 싱크탱크(THINK TANK)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전남 장성군은 군정 각 분야의 경영행정을 위해 「경영관리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정책을 입안한 관계공무원을 기명하는 「정책실명제」도 병행하고 있다.<전국 종합>

◎부정 측면/인기·선심성 정책 남발/광역-기초간 갈등·지자체간 알력 심해져

민선단체장 출범이후 주민반발로 난항을 거듭해오던 쓰레기처리장등 혐오시설건설이 자치단체간 심각한 알력으로 더욱 차질을 빚고 있고 인기행정이 남발되는가 하면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 갈등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원 춘천시와 홍천군은 춘천시의 쓰레기장건설을 둘러싸고 자치단체간 전면대립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홍천군은 지난달 26일 「춘천시쓰레기장설치반대 범홍천군대책회의」에서 군의회의장과 군수를 공동대표로 선임, 춘천시쓰레기장의 전면백지화를 결의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변종석 청원군수는 4년전부터 추진돼 이미 모든 행정적 절차를 끝내고 착공을 앞둔 청주권 광역쓰레기매립장 건설을 취임직후 백지화하겠다고 밝혀 한지붕인 이웃 청주시와 분란상태에 빠져들었다.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 갈등도 불거져 조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8일 개최키로 한 구청장들과의 연찬회가 구청장들의 대거 불참통보로 무기연기된 것을 시발로 시장과 구청장간 불협화음도 만만찮게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옛날 관료주의 습성대로 모임을 일방통고한 시도 문제가 있지만 대화의 조율없이 「권위」에 치중해 모임자체를 거부한 일부 구청장들의 경색된 의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서울시가 내년부터 수도권쓰레기매립지 2단계건설공사비용 4천3백여억원을 25개 자치구가 부담토록 방침을 정하자 각 구청장들이 매년 41억원을 분담할경우 다른 사업추진이 어렵다며 반대, 민선 단체장시대 첫장부터 시·구청간에 조화를 잃고있다.

기초단체장들의 시·도에 대한 보고체계도 느슨해져 재난예방등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태풍 페이로 큰 피해를 입은 전남도는 예년의 경우 일선 시·군에서 재해발생후 하루쯤이면 도에 피해내용이 정확히 보고됐으나 이번 태풍피해는 사흘이나 걸렸다. 시 프린스호 기름오염사건도 여천군에서 보고가 신속히 전달되지않아 전남도에서 현장에 공무원을 직접 파견, 보고를 받느라 피해보상문제와 선체인양계획등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밖에 민선단체장들은 부임이후 관선시대와는 다른 위민행정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나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 해당주민과 마찰이 불가피한 지도단속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때문에 불법주정차와 심야영업, 쓰레기불법투기등이 곳곳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는 양상이다.

또 지자체의 세확장을 위해 다른 행정구역을 편입하겠다는 무리한 주장도 일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 단지로 돼있는 인천 연수구가 세원확보를 위해 인접한 남동구 남동공단 2단지를 편입하겠다고 나서자 남동구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재원확보를 해야지 남의 땅을 빼앗아가겠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발끈, 엉뚱한 분란을 낳았다.

인천시내 3∼4개구에서는 구청장 비서가 직제에도 없는 비서실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고 별도의 사무실까지 마련, 위세를 부려 공무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경기 광주군은 지난 24일 공석중인 사무관자리를 승진시험 대신 투표로 결정, 공무원들사이에 위화감과 분열만 일으켰다는 비난을 받았다.<전국 종합>

◎개선과제/지자체간 갈등 조정기구 시급/과감한 권한이양·철저한 지도감독도 필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자치단체간의 갈등 소지를 사전에 조정할 협의기구의 설치·가동이다.

예를 들어 대전시와 전북도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금강 상류 용담댐건설의 경우 전북도는 맑은 생활용수확보를 위해 댐을 막아야한다는 입장이고 대전시는 최상류의 물길이 끊기면 상수원인 대청호의 유입수량이 줄어들어 수질과 수량확보에 위협을 받게된다며 댐건설의 취소를 요구, 쌍방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어 조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길영 공동의장(대전대교수)은 『수리권등 이해관계가 얽혀 자치단체간 갈등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높은만큼 이를 원만하게 조정할 행정협의회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지자체간의 갈등요인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각급 자치단체간에 권한·업무를 과감하게 이양하고 권한의 한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함께 선거를 의식해 공약챙기기에 열중하거나 예산배정의 우선순위가 객관성을 잃을 소지를 미리 차단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자치단체의 조직개편시 자율성의 폭이 보다 넓어져야 한다는 점도 지방행정 일선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다. 현재 자치단체의 조직개편은 중앙정부인 내무부 권한으로 돼있다.

대구시의 경우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추진을 계획중이나 이에 따른 인력운영이나 조직체계정비가 뒷받침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선시장취임후 대구시는 경제활성화 기획단을 발족했으나 조직개편의 한계에 부딪쳐 전담인원을 제대로 두지 못하고 현직 공무원을 겸임시키는등 애로를 겪고 있다.

내무부 이수영 지방자치기획단장은 『각종 법규를 손질,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간의 권한구분을 명확히 해야 하고 환경문제등과 같이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이를 강제 조정하는 기구의 신설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각 자치단체마다 선거공약 이행에 치중, 본연의 행정업무를 벗어난 공약챙기기 행정에 몰두하지 않도록 이를 균형조정하고 지도할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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