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회때부터 박수·웃음꽃 만발/방명록 서명하며 「통일염원 글」 적어/남북학자들 사이좋게 섞여앉아 환담길어져 휴식예정시간 초과국내외의 지대한 관심속에 31일 상오 베이징(북경)서 개막된 「남북·해외학자 통일학술회의」는 개회때부터 박수가 나오고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주제발표자들은 서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는다는 사전 양해 사항을 최대한 존중해 표현을 자제했고 참석자들은 가벼운 흥분속에서 이를 경청했다.
특히 상하오 각 2차례의 휴식시간에는 참석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번 학술회의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며 정치성 없는 가벼운 화제로 웃음꽃을 피웠고 이 분위기는 북한측이 주최한 만찬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이날 회의가 시작되기 15분전 회의장에 도착한 김구식 북한 통일문제연구소부소장등 북한학자 6명은 회의장밖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길승흠 서울대교수등 몇몇 우리측 학자들과 만나자 옛 친구를 만난듯 『정말 반갑습니다』라고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북측 박동근 조국통일연구원 실장은 길영환 미아이오와대교수와 인사를 나누면서 자신은 『구리동에 뿌리근』이라며 환한 웃음을 짓기도.
남북·해외학자들이 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한국일보사의 요청에 따라 회의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려하자 북한 김경남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사진기자에게 『미남으로 찍어주오』라고 말해 어색한 첫 만남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기도.
○…이날 회의가 열린 중국 베이징의 장성반점(쉐라톤호텔) 2층 그랜드볼룸의 벽면과 주단은 중국인들의 「희망과 기쁨」을 상징하는 빨간 색채로 온통 뒤덮인채 중앙홀을 중심으로 남북·해외학자들이 타원형 탁자에 사이좋게 함께 섞여 앉아 눈길을 끌었다. 회의장 중앙벽에는 「남북·해외학자 통일학술회의」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있었고 사회자를 중심으로 남북 양측과 해외학자로 구성된 발표자들이 나란히 착석, 경협협상등 남북대화때마다 남측과 북측으로 나뉘어 마주앉는 경색된 분위기와는 달리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뤘다.
○…양측 대표들은 회의장에 입장하면서 방명록에 서명과 함께 각각의 통일염원을 담은 글 몇마디씩을 적어넣었다.
북측 참가자의 글중 특이한 것은 손영규 북한사회정치학회연구사의 「광복 60주년을 넘기지 맙시다」. 이밖에 김구식 통일문제연구소부소장은 「북과남 해외의 학자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90년대 통일을 앞당깁시다」 연장자인 박동근실장은 「오늘의 만남이 내일의 통일로 이어지리라 확신합니다」라고 점잖게 한마디. 남측의 김학준 단국대이사장은 「남북 사이에 학술회의라도 지속적으로 열리길 빕니다」고 기원.
○…휴게시간에서 양측학자들은 15분 예정시간을 훨씬 초과하면서 다양한 화제를 교환했다.
박동근실장은 길승흠교수 송두률교수 한배호교수 등과 담소중 길교수가 『당창건 50주년인 10월10일 김정일비서가 승계할 것 같은가』라고 묻자 『적당한 시기에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답변.
○…한편 회의 전날인 30일 한국인 식당 서라벌에서 오찬을 겸해 열린 이번 회의 준비모임은 시종 부드러운 분위기속에서 회의명칭과 일정의 일부 수정에 합의했다.
모임에는 북측에서 김경남 통일문제연구소 부소장, 김관기 사회과학원 연구사와 남측의 길승흠서울대교수, 박정수 한국일보편집국 국차장과 송두률독일 훔볼트대교수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오찬모임에서 북측은 주관사인 한국일보사의 학술회의 보도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베이징=특별취재반>베이징=특별취재반>
◎“관용과 이해로 차이점 좁히고 공통점 찾자” 한목소리/남북대표 개회사
역사적인 「남북·해외학자 통일 학술대회」는 31일 상오9시 중국 베이징 장성반점(쉐라톤호텔)그랜드볼룸에서 공동주최자인 남북대표가 각각 개회를 선언함으로써 막을 올렸다.
개회사에서 남측은 『관용과 이해의 자세를 가지고 서로의 차이를 포용해 나가자』고 강조했고 북측은 『차이점을 좁히고 공통점을 찾아 발걸음을 같이하자』고 화답, 한 목소리로 회의의 목적을 밝혔다.
회의의 산파역인 길승흠 서울대교수는 개회사에서 『서로 다른 견해들이 표출되겠지만 이는 서로가 상이한 삶의 조건속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며 『큰 차이는 좁히고 작은 차이는 일치시키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어떤 때보다도 남북의 화해협력의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면서 「남북간의 직접대화에 의해 이루어진 인도적 차원의 조치」라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남측의 무조건적인 대북한 쌀지원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측 김구식통일문제연구소부소장은 『북의 전체 학자의 이름으로 동포애 정이 넘치는 인사를 드린다』는 말로 개회사를 시작했다.
그는 『분단사상 처음으로 이같이 한자리에 만나 민족최대 과제인 통일문제를 논의하게 됐다』고 강조하고 『공들여 만난 자리를 통일지향적인 토론으로 훌륭한 열매를 맺자』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민족은 가장 자주성이 강하고 힘을 모으면 어떤 일이라도 다 할 수 있다』면서 『벽을 허물기 위해 판문점에서 민족통일 대축전이 열리려는 이때에 만난 것은 더욱 뜻깊은 것』이라고 말해 대북쌀지원을 언급한 남측 개회사와 대칭을 이루었다. 길교수는 감개어린 표정으로 개회사를 마친 김부소장의 두손을 맞잡고 『여러분 이제 시작입니다』고 말했다.
남북 참가자들의 원로격인 한배호 세종연구소장은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미래를 지향하고 앞을 보면서 의견을 나눌 것』과 『학자로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는 당부를 함으로써 사회자로서 제1주제 토의의 시작을 알렸다.<베이징=특별취재반>베이징=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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