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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저(우리시대의 신고전: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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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루스 베네딕트저(우리시대의 신고전:5)

입력
1995.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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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문화 비밀 풀어내/탐미주의­무사숭배 이중적실체 배경 분석/자살­쾌락 정당화 등 독특한 윤리관 비교도최근 국내서점가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일본체험을 담은 도서가 인기를 끄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책들이 일본에 대해 올바른 지식을 전해주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진다. 내용이나 시각에 있어서 자칫 일본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저서 「국화와 칼」은 본질적으로 우리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접근 방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시대를 떠나서 이 책이 여전히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2차 세계대전중인 1944년 출간된 「국화와 칼」은 문화인류학적으로 일본인과 일본문화의 비밀을 풀어낸 명저. 「이 책에 의해 천황제의 존속이 결정되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미군의 일본통치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이 책은 서구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인의 이중적 성격의 실체와 그 형성배경을 분석한다.

영화배우와 예술가를 존경하며 국화를 가꾸는데 신비로운 기술을 가진 탐미주의자인 동시에 칼을 숭배하며 무사에게 최고의 영예를 돌리는 일본인의 이중적 실체를 루스 베네딕트는 위계서열의식, 은혜와 보은, 그리고 의리에 대한 독특한 도덕체계, 죄와 악에 대한 의식 대신 수치심을 기본으로 하는 문화체계등에서 찾고 있다.

「국화」와 「칼」이라는 극단적 상징을 열쇠삼아 베네딕트는 평균적 일본인의 행동과 사고를 토대로 일본고유의 문화형태를 분석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수치」인식에 의한 문화이다.

「현대일본인이 자기 자신에 대하여 행하는 가장 극단적 공격행위는 자살이다. 자살은, 만일 적절한 방법으로 행해지면 그들의 신조에 따라 오명을 씻고 죽은 후 평판을 회복한다. 자살을 존경하는 일본인에게 있어서는 명확한 목적을 지니고 행해지는 자살은 훌륭한 행위가 된다」(8장 「오명을 씻는다」중).

「전쟁중의 일본인」 「각자 알맞은 위치찾기」 「덕의 딜레마」등 13장으로 구성된 「국화와 칼」은 「각자 자신에게 알맞은 위치 찾기」를 일본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로 삼는다.

일본인들은 죄와 악을 극복대상으로 삼는 기독교문화와 달리 감정과 쾌락은 악이 아니므로 수치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간관·세계관을 갖고 있다.

또 육체와 정신은 대립되는 것이 아니며 성적인 쾌락의 추구가 도덕적일 필요는 없다는등 죄의식이나 악에 대한 개념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베네딕트는 지적한다.

베네딕트는 일본의 국민성 형성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봉건사회의 위계체계와 메이지(명치)유신 과정은 물론 가족제도와 조상숭배, 육아방식 및 사회화과정, 불교와 신도 등에 이르기까지 총체적 분석을 하고 있다.

비교문화적 분석을 통해 충과 효, 혈연과 지연에서 중국과 다른 점을 비교하고 미국과 일본의 대립되는 문화적 특성을 도출해냈다.

13장에서는 일본인의 상황에 따른 이율배반적인 성향을 다룬다. 전쟁의 패배로 군국주의가 잘못됐다는 반성을 하게 되지만 군국주의의 성공사례가 인정받게 되면 일본인은 다시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시도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일본인은 상황에 따라 적응하는 민족이며 실패는 수단의 잘못에 있는 것일 뿐 악이나 죄의 개념에 의해 평가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화와 칼」은 74년 을유문화사에 의해 문고판으로 처음 국내소개된 이래 91년 완역판이 나왔으며 현재까지 5개 출판사에서 번역본을 냈다.<여동은 기자>

◎루스 베네딕트는 누구/미 뉴욕태생 뒤늦게 인류학 전공/「문화의 유형」 펴내 학계에 영향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1887∼1948·사진)는 미국 뉴욕주에서 태어나 밧사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생화학자인 스탠리 베네딕트와 결혼했다.

한쪽 귀가 먹어 내성적이며 우울증을 겪었던 그는 교육학 심리학 정신분석학을 독학한뒤 컬럼비아대에서 인류학을 전공, 34세때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 인류학과장으로 봉직했다. 그가 1934년 출간한 「문화의 유형」(PATTERNS OF CULTURE)은 인류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에서 그는 문화의 요소가 통합된 유형을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으로 구분했다.

2차대전중에는 전쟁정보국에서 적성국연구에 종사했다. 만년의 역작 「국화와 칼」은 1944년 6월 미국무부의 위촉으로 저술한 적대국 일본에 대한 연구서이다. 이 저작에서 그는 국민성이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후에 미국 인류학회장을 역임한 그는 1947년 컬럼비아대학에 현대문화연구소를 설치, 대규모 연구과제를 추진하다 61세로 사망했다. 「민족―그 과학과 정치학」(RACE―SCIENCE AND POLITICS, 1940)이라는 저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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