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연애와 연애질/여금주(서울에서 본 평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연애와 연애질/여금주(서울에서 본 평양)

입력
1995.07.31 00:00
0 0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생활한지도 1년이 지났다. 내가 살아온 21년에 비추어보면 짧은 기간이지만 어찌보면 그전에 살았던 20년보다 더 귀중한 세월이었다. 나는 물론이고 우리가족 모두에게도 그렇다. 인생의 일대전환점이 된 시기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아직도 서울생활이 익숙한 것은 아니다. 물론 서울생활을 처음할 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많다. 요즘 대학생활을 하는 나는 주위에서 이해되지 않는 일이 더러 있다. 특히 북한에서의 생활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남한에서는 남녀간의 사랑을 나누는 것을 연애라고 부르며 자연시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를 부도덕한 개념이 포함된 「연애질」이라고 매도하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남녀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고 신이 준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남과 북에서 이를 보는 것은 천양지차이다. 연애라는 말에는 고상한 의미가 있지만 연애질이라는 말에는 나쁜 의미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주위에서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하는 행동이 이해가 가지않는 것도 비슷한 경우에 속할지 모른다. 마치 남한의 연애와 북한의 연애질처럼 사안은 같은데 가치관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보다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지만 완전히 모든 것을 이해하자면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릴것 같다.

방학이 되자 나는 많은곳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한다. 대체로 중·고등학생 대상이고 어떤 때는 대학생에게도 강연을 한다.

강연 뒤에 여러 질문을 받는데 가장 많은 질문은 북한학생들의 연애관이다. 내가 여대생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이 질문이 나올 때면 나는 『북한학생들은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우선 답변한다. 사실 북한학생들은 연애를 거의 하지 않는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연애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그들 표현대로라면 연애질로 보는 것이다.

사회인식도 학생들이 연애를 한다는 것은 학습을 게을리 하는 것으로 간주돼 비판의 대상이 된다. 연애의 기준도 엄격하다. 남녀가 담요를 함께 덮고 같이 앉아있어도 불륜이 된다. 다른 사람이 이를 알게되면 비판서를 쓰느라 정신이 없다. 연애를 하다 들키면 혹독한 처벌이 뒤따르기 때문에 북한 학생들은 감히 연애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나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남한 대학생들이 이성친구를 사귀는데 적극적인 것을 보고 처음에는 무척 놀랐다. 한명만이 아니라 여러명을 사귀고 삼각관계까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TV 드라마등에서 남녀가 손잡고 걷고 입을 맞추는 장면을 보고는 가슴이 뛸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민망스럽고 낯 뜨겁게 느껴졌다. 남한사회가 너무 퇴폐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이며 사랑의 표현은 자연스러울수록 좋다는 것도 알게됐다.

나도 대학에 들어가 소개팅도 해봤다. 이제는 나를 이해해주고 따뜻하게 정을 나눌 수 있는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할만큼 나도 변했다.

□약력

▲74년 함경남도 함흥시 출생(21) ▲함흥 회상구역 정성인민학교 졸업 ▲함흥 회상구역 해빛고등중학교 졸업 ▲함경남도 북청군 교원재교육강습소 수료 ▲함경남도 함흥시 회상구역 유치원 교사 ▲93년 부친(여만철)등 가족과 함께 귀순 ▲중앙대 유아교육과 1년 재학중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