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1인분에 7만엔, 포도주 한병에 5만엔, 우롱차 1잔에 3천엔, 삶은 콩 안주 한접시에 6천엔 등등.브루나이 국왕이나 아랍부호들의 지출명세가 아니다. 일본 지방자치단체가 중앙관청의 주요인사를 접대하는데 쓴 지출명세서이다. 일본의 살인적인 물가를 감안하더라도 서민들로서는 귀를 의심해야 할 엄청난 액수다.
일본의 민간 행정감시기구인 「전국 시민옴부즈맨 연락회의」가 29일 공개한 지방자치체의 「식량비」지출현황은 일본 국민들에게 놀라움과 분노를 함께 안겨 주고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지난 93년 전국의 40개 광역자치단체와 10개 주요시의 비서과 재무과 도쿄사무소등 3개부서의 「식량비」만도 30억엔에 달했다. 2차대전 당시와 패전직후의 식량난을 감안해 관청의 도시락값으로 계상되기 시작한 「식량비」가 80%이상 접대비로 지출되고 있는 실태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보면 미에(삼중)현은 도쿄에서 행한 4인의 회식에서 정식 4인분과 맥주 24병, 정종 작은병 33병등을 해치우는 식성을 발휘해 21만엔을 한꺼번에 지출했다. 도쿠시마(덕도)현은 하루저녁에 요정과 룸살롱 카페 횟집등을 거치는 5차의 집중접대를 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체들은 한결같이 『중앙관청에 대한 접대는 모두가 주민을 위한 것으로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으나 주민들은 편법으로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엄청난 접대비 지출에 대한 의혹을 쉽사리 풀 기세가 아니다.
때마침 완전한 지방자치가 처음 실시된 국내에서도 「주민들을 위한」지자체 인사들의 과천종합청사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오랜 자치역사를 가진 일본에서 이제야 문제의 일부분이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보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어떤 방향이 되어야 할지 분명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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