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대화·「KEDO 방북거부」등 오락가락/「8·15제의」 반응이 향후관계 가늠자될 듯김영삼 대통령이 8·15 광복 50주년을 기해 획기적 대북제의를 예고한 시점에서 북한의 구태가 거듭돼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것인지 초미의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지난 6월13일 타결된 북미 콸라룸푸르 준고위급회담이후 북한의 태도를 살펴보면 예의 「이중플레이」가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그 회담에서 한국형경수로와 우리의 중심적 역할을 사실상 받아들임으로써 대남정책에 전술적 변화가 온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또 15만톤의 쌀을 무상으로 얻어가는 실익 때문이었지만 남북 당국간 회담에 응해오기도 했다. 향후 제3차 쌀회담에서도 쌀의 추가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겠지만 우리측과의 대화의 문은 열어둔 상태다.
그런데 대북 쌀지원을 남북간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으려는 우리측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북한의 구태가 7월들어 속속 터져나오고 있다.
중국 공안당국의 최종적인 수사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옌볜(연변)에서 행방불명돼 북한에 나타난 여의도 순복음교회 안승운 목사의 입북배경엔 북측의 강압적 공작이 개입됐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남북관계 호전의 기대가 무르익는 시기에 남북한 등거리외교를 구사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국인을 납치하는 매우 민감한 문제를 터뜨린 것이다. 이는 보기에 따라선 더이상의 남북대화는 필요없다는 태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북한은 한술 더 떠 경수로공급협정체결 과정에서 대북협상을 전담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단 방북을 우리측 사무차장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경수로 공급과정에서 우리의 중심적 역할확보가 난항을 면치못하리라는 전조이다.
이같은 북한의 이중성으로 볼 때 북한이 남북대화의 안정적 유지, 또는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에 어느정도 성의를 갖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러워진다.
북한은 우리와는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하려하면서도 체제유지및 생존전략차원에서 더 이상의 폐쇄정책이 어렵다고 판단, 미·일을 중심으로 한 대서방 관계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북한의 이중성을 충분히 감안, 그들의 자발적인 호응에 의존하지않는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즉 내부사정 또는 국제적인 여건으로 볼 때 북한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화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북한의 표리부동한 태도에도 불구,「8·15 대북제의」를 준비하는데는 이러한 요소가 충분히 검토된 것으로 봐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의 대북제의는 이제까지 무수히 되풀이된 것과 마찬가지로 일회성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이번 방미기간중 한·미 양국이 북미관계 개선은 남북대화와 조화를 이뤄나가기로 합의,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위한 대북공동전략 고위협의체를 구성키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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