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생활·문화취향 맞게 상품차별화로 수출길 뚫어/좁은 가옥구조 일겨냥 세탁기 소형화/회교권 성지순례 위한 급수시설 버스/중국엔 황금·주황색취향 반영 화장품「일본향 세탁기」. 삼성전자가 최근 「가전왕국」일본을 공략하기 위해 비장의 무기로 내놓은 일본수출전용 세탁기다. 일본의 좁은 가옥구조와 축소지향적인 일본인 정서에 맞게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도록 소형으로 개발됐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채소와 생선을 좋아하는 일본의 식생활문화를 겨냥, 「슈퍼특선실」을 따로 마련한 일본향 냉장고를 지난4월부터 수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중동지역에 파는 버스는 생김새가 특이하다. 버스안에 손과 발을 씻을수 있는 급수시설이 있을뿐아니라 지붕위에 짐을 싣기위한 짐받이가 있고 지붕으로 올라갈수 있도록 사다리가 붙어 있다.
이 버스는 회교권의 가장 큰 종교행사인 라마단기간의 성지순례를 위해 만든 특수버스. 현대는 지금까지 5백70여대의 성지순례용버스를 팔아 3천7백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중국미인을 만들어 드립니다」 지난 2월 중국 선양에 화장품공장을 세우고 중국시장에 뛰어든 태평양의 중국진출전략은 토착화다. 중국의 기후와 풍토 수질등 환경적 요소는 물론 중국인의 미인관에 맞는 「중국형 화장품」을 따로 개발해 판매한다는 것이 기본구상이다. 태평양은 전통적으로 황금색과 주황색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색채감각을 중시, 이들 색을 기초로 한 화장품을 개발, 중국여성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똑같은 제품으로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없다. 세계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세계 각 지역실정에 맞춘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제조업체들간 현지 실정에 맞춘 「세계화제품」개발 경쟁이 뜨겁다. 세계화제품은 현지인의 취향과 현지의 생활문화등을 세심하게 반영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LG전자가 아프리카에 수출하는 VCR 밑바닥에는 들면 「삐」소리가 나는 도난방지용 부저가 달려있다. 잦은 도난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프리카 소비자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남미에 팔고 있는 VCR 「시네마스터」는 열악한 전력사정으로 자주 정전이 생기는 점을 감안, 정전이 되더라도 예약기능등을 유지할수 있도록 배터리가 달려 있다. LG는 현재 현지 연구소등을 통해 「N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다.
올해말로 잡고 있는 미국시장 본격 진출을 위해 25인치 TVCR, 13인치 패션TV, 7인치 모니터등 미국소비자들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유럽세탁기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우전자의 유럽형 공기방울세탁기는 절수기능이 핵심이다. 유럽의 물값이 비싼 점에 착안, 기존 제품보다 물사용량을 40% 이상 줄인 「그린코스」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유럽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화의 핵심은 현지화에 있다는 것이 국내기업들의 입장이다. 현지 실정에 맞는 제품개발은 탄탄한 기술력과 브랜드이미지로 한발 앞서있는 선진업체들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자 뒤에서 쫓아오는 후발개도국들의 거센 도전을 따돌리기 위한 방어전략이기 때문이다.<김병주 기자>김병주>
◎매니지먼트 코너/노근식 삼성전자 국제본부장/“소비자 다양한욕구 부응에 브랜드 일류화 성패 달려 삼성상표로 일공략계획도”
『앞으로 세계 가전시장 경쟁의 성패는 누가 세계 각국 소비자의 다양한 제품욕구를 좀더 만족시켜줄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삼성전자 노근식 국제본부장(부사장급)은 『싼 가격으로 세계시장에서 승부하는 시대는 완전히 지나갔다』며 『상품기획단계에서부터 마케팅과 애프터서비스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경쟁업체보다 뛰어나야 살아남을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본부장은 『품질은 세계 최고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는 우리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아직 톱브랜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브랜드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현지에서 꼭 필요로 하는 제품으로 현지인의 만족도를 높여야만 우리 제품의 브랜드이미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남미에서 팔리는 삼성전자의 냉장고에는 열쇠구멍이 달려있습니다. 한집에 여러 식구가 살고 있는 주거환경을 감안해 여러 가족이 같이 사용하는데 편리하도록 열쇠를 단 것입니다』
노본부장은 「열쇠달린 냉장고」가 중남미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면서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 차별성있는 제품으로 파고들면 전세계 어디에서나 거의 똑같은 제품을 팔고 있는 일본의 소니나 미국의 GE, 네덜란드의 필립스등 선두업체에 대항해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본부장은 다음 목표로 일본시장을 노리고 있다.
『일본은 세계 어느 기업에나 진출하기 가장 어려운 시장이지만 삼성전자가 가전분야에서 실질적인 세계일류회사가 되기 위해 반드시 뚫어야할 곳이기도 합니다』 노본부장은 최근 일본에 일본향 세탁기를 내보낸 것을 계기로 앞으로 가전과 오디오·비디오(AV)제품등 전분야에서 일본향 제품을 계속 개발, 「삼성」상표로 일본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노본부장은 68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후 삼성전자 LA지점장, 미주총괄대표, 정보통신해외사업본부장을 거쳐 93년부터 국제본부장을 맡아왔다. 주변에서는 그를 삼성전자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야전사령관이라고 말한다.<김병주 기자>김병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