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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치시대」 의미 살렸어야(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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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치시대」 의미 살렸어야(나의 지면평)

입력
1995.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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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정계개편에 뒤로 밀려 주민참여 유도 보도체제 변화를연이은 대형사고와 정계개편이 부각되는 바람에 지방자치시대 개막의 의미가 퇴색된 듯 하다. 지방정치시대의 개막은 출범 이틀만에 삼풍사건에 묻혀버렸다. 김대중신당의 소용돌이에 밀렸고 남해 유조선 오염사고에 덮였다.

한국일보는 균형감각 즉 「불편부당의 자세」를 사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한달간 한국일보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방자치시대 개막의 의미를 적절히 다루지 못했다.

언론이 한두가지 흥미로운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은 비단 우리의 현실만은 아니다. 삼풍사건이 많은 지면을 할애해 보도해야 할 정도의 큰 사건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김대중씨의 움직임으로 촉발된 정가의 지각변동 또한 흥미로운 뉴스의 소재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속에서 새로 시작하는 지방정치체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우리는 풀뿌리 민주주의 시대 지방정부의 구성과 의회의 운영 등을 모두 관료들과 선출된 지역 정치인들에게 맡겨둬도 좋은가.

지방정치시대의 개막은 한국언론에게도 전혀 새로운 도전이다.

단순히 새로 선출된 중량급 시장이나 도지사들에 대한 취재수요의 증가가 문제가 아니다. 시민과 주민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정치제도이기 때문에 언론의 취재방식과 보도체제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우선 지역정치뉴스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취재보도방침의 수립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각 지방별로 신문의 한면 정도를 할애해 다루던 지방뉴스의 취급방식으로는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언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특히 서울시 기사의 비중을 얼마나 책정해야 하며 다른 지역판의 경우 주요기사들의 배치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작업을 위한 인력의 확보와 운영은 또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방정치문제를 어떻게 취재하는가도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조순씨가 신당으로 갈 것인가 아닌가 하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신당과 관련된 조순시장의 개인적 거취결정은 물론 기사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서울시장은 개인이라기보다 그 사람 자체가 하나의 공공기관이다. 따라서 언론은 그 기관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며 무슨 기능을 해야하는가 등의 관점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적극적으로 기사를 발굴해야 한다. 언론의 이같은 기능이 없이는 주민자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언론은 부단히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만한 지역이슈와 정보를 찾아내 보도하고 논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시각에서 중앙정치를 보는 기사와 지역인사의 칼럼 개발이 필요하고 주민입장에서 정치와 행정을 견제하는 역할의 강화 또한 시급하다.

덧붙여 강조해야할 언론의 역할은 지방자치제도 자체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각 부문의 기능과 상호협조체제를 정밀하게 점검하는 일이다. 정치체제의 부실은 백화점 공사의 부실과는 비교가 안되는 중요성을 갖는다. 우리의 정치체제는 치밀한 계획과 검토보다는 정파와 당파의 이권에 의해 타협해온 것이 사실이다.

언론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밖에서 한국의 지방자치는 벌써 한달을 넘겼다. 애정과 독려가 없는 제도는 정착되기 힘들다. 지방정치마저 중앙정치꼴의 세몰이판이 되지 않도록 언론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이재경 이화여대교수·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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