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뒷수습이 제대로 마무리되기도 전에 태풍에 좌초된 호남정유 유조선의 기름유출사고로 남해안 일대가 최악의 오염사태를 겪게 되면서 우리는 기업활동상의 순간적 과실이나 착오가 사회 전체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충격과 손실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기적이라고도 묘사되는 한국경제의 폭발적 성장이 주로 사기업들의 영리추구활동을 기반으로 가능했는데, 이제 그 경제기적의 심각한 부작용들에 관련해서도 기업들의 책임이 결정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탄할 정도로 빠른 기업 외형성장의 이면에 사회의 복지와 안녕에 관련된 기업활동윤리가 함께 성장해 왔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국가 전체의 지대한 관심사가 된 안전문제에 대한 기업의 투철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통해 얻은 물질적 팽창이 이에 걸맞는 사회문화적 요소들의 발달로 뒷받침되지 못함으로써 이른바 천민자본주의 증후군들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개인적 이윤추구만이 지상이념화되면서 시민들의 공동체성원으로서의 의식수준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든지, 개발권위주의 시대에 배양된 관료들의 독선과 태만이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든지 하는 문제가 그동안 자주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기업활동을 책임지는 사주 및 임직원들의 의식수준의 제고가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임을 우리는 뼈저리게 느낀다.
원래 자본주의 시장경제모형에서 각 부문의 시장에는 다수의 기업들과 개인들이 활동하고 있어 어느 한 기업이나 개인의 경제활동의 방식이나 결과가 시장 전체의 상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 전체의 존속과 안녕을 좌우하는 일들은 공공사업의 영역으로 한다는 보완론이 첨부된다. 그러나 오늘날 국내기업들의 기업활동의 규모 및 내용을 따질 때 이러한 전제는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는 한 대기업의 부진이나 도산이 해당 경제부문 전체의 침체와 관련기업들의 연쇄도산을 야기한 사건들에 대해서 익숙하다. 이 문제에 못지않게 주위를 기울여야 하는 사실이 일부 기업들의 기업활동상의 과실, 착오, 밀어붙이기가 국민들의 집단적 안위를 위협한다는 점이다.
공룡화된 대기업들의 개별적 기업활동이 불가피하게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때, 이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감이 건전한 기업활동으로서 실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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