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학년도부터 중·고교진학에 적용하기로 한 「선복수지원 후추첨 배정제」란 평준화개선방안에 대해 전국15개 시·도 교육감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를 보며 개혁이란 이상과 기득이란 현실과의 괴리가 얼마나 심하며, 그 때문에 교육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교개위가 일방적인 추첨배정의 현행 중·고교진학 방식에 선복수지원 후추첨배정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중학교의 무시험 추첨배정진학과 평준화지역 인문계고의 학군내 추첨배정진학에서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이 무시되는 폐단을 개선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더 설명을 한다면 교육의 수요자(학생·학부모)에게서 몰수한 학교선택권을 일부나마 되돌려주고 무경쟁속의 중·고교에는 좋은 학생유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중·고교교육의 질을 높이자는게 취지였던 것이다.
선복수지원 후추첨배정제를 시행하자면 시·도교육청에는 복수지원만큼 추첨을 거듭해야하는 입시업무의 번거로움이 따르게 돼있다. 또 서울의 소위 8학군 같은 지역처럼 좋은 학교가 몰려있는 지역에서는 선지원했다가 추첨에 탈락할 경우, 집 가까운 학교배정 원칙이 무너지는 부정적 요인도 없지 않은게 사실이다. 그래서 개선안은 「학군내선지원…」이란 제한을 둬 「근거리 통학원칙」이 아예 무너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러한 개선방안을 정착시키기 위한 세부방안을 제대로 연구해 본 노력의 흔적도 없이 일부 특정지역 학부모들의 기득권 손실우려에 따른 반발에 편승, 「시행시기와 방법」을 교육감에게 무조건 일임해줄 것을 건의하고 나선 것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5·31 교육개혁안」은 적지않은 부분에서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국식제도를 모방한 경향이 있고 현실을 외면한 탁상의 이론을 제도화한 것도 많다.
그러나 선복수지원 후추첨배정제와 같은 중·고교입시제도 개선방안조차 꼭 그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교육감들의 부작용 견해에 타당성이 있다
해도 그것을 시정할 또다른 개선방안을 건의하는게 옳다. 그렇지 않고 막연하게 실시시기와 방법만을 교육감들에게 일임하라는 것은 비교육적일 수도 있는 반발에 그저 손을 들어버리는 것과 다를게 없다.
기존의 제도를 뜯어 고치는 개혁에는 으레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다. 다만 그 저항자체가 교육의 본질을 향상시키는데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가를 따져보며 대응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교육부의 사려깊은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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