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수호 상징 「잊지말아야 할 전쟁」으로/V자형태 행진모습 19명 군인조형물 “백미”방미중인 김영삼대 통령과 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7일(현지시간) 제막된 한국전 참전기념비는 미국사회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는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살려 주는 상징물이다.
37개월간 계속된 한국전에서 미군은 5만4천여명이 전사, 한국전은 미국인들간에 「기억하기 싫은 전쟁」으로 각인돼 이를 기념하는 조형물조차 제대로 건립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전협정체결이후 42년만에 미재향군인회를 중심으로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워싱턴의 국민광장에 조성, 한국전을 「자유를 수호한 전쟁」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막일도 바로 정전협정이 조인된 7월27일이다.
전체적으로 삼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기념비는 벽화산책로와 유엔 산책로를 중심으로 조성돼 있는데 산책로 사이에는 성조기를 향해 진군하는 병사들의 조형물이 서있다. 벽화산책로쪽에 세위져 있는 검은색 화강암 벽에는 2천5백장 이상의 한국전 기록사진을 새겨 지상전투를 벌이고 있는 육군과 이를 지원하는 해공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유엔 산책로에는 유엔군의 깃발아래 한국전에 참전한 22개국이 알파벳순으로 새겨져 있다. 벽화산책로와 유엔 산책로가 마주치는 곳에는 「회고의 연못」이 조성돼 있으며 그 입구에는 한국전의 교훈을 되살리는 비문과 함께 미군과 유엔군의 희생자가 새겨져 있다.
워싱턴 포스트등 미언론들로부터 『아름다움과 힘이 조화를 이룬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참전기념비의 백미는 19명의 군인조형물이다. 한국전에 참전한 병사들이 피곤하고 힘든 표정으로 V자 형태의 전투지에서 회고의 연못쪽에 있는 성조기를 향해 천천히 행진하는 모습이다.
이 기념비는 자유의 수호라는 단 한가지 목적을 위해 피아의 구별이 힘든 이국땅에서 그것도 영하 25도이하의 강추위속에서 전투를 벌여야 했던 유엔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념비는 미의회가 건립을 승인한 지난 86년이후 9년만에 완성됐다. 이는 기념조형물을 포함, 기념공원의 혁신적인 디자인 때문에 워싱턴의 미술및 계획위원회로부터 건립 승인을 받는데 6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건립추진 위원회측은 실제로 당초의 설계를 다소 변경, 38명의 병사 조형물을 19명으로 축소했으며 예산도 5백만달러에서 1천8백만달러로 증액했다.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회고의 연못에 세워진 이 비문은 미국이 한국전에서 얻은 값비싼 교훈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미 참전기념비 제막 다채로운 경축행사/한국전 당시 야전막사 본뜬 대형 텐트촌 눈길/사진전·합동공연 등 열려… 첫날 2만여명 방문
미 재향군인회측은 한국전 참전기념비 제막에 맞춰 26일(현지시간)부터 인근의 국기광장에서 「참전기념비 제막 경축행사」를 개최,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한국전쟁, 잊혀져서는 안될 전선」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전쟁당시 야전 막사를 본뜬 10여개의 대형 텐트를 설치, 당시의 분위기를 되살리고 있다.
일명 텐트촌(TENT CITY)으로 명명된 이번 행사에는 미재향군인회가 마련한 한국전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으며 한국측에서는 태권도 시범, 전통한복패션쇼, 사물놀이, 꽃꽂이 전시회등을 열 계획이다. 또 야외특설무대에서는 한국과 미국 관현악단의 합동공연이 열린다.
○…행사 첫날인 26일 하루동안 약 2만여명의 관객들이 텐트촌을 방문, 「잊혀질 수 없는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미재향군인회는 텐트촌내에 10여대의 컴퓨터를 설치,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전우들의 모습과 자료를 즉석에서 제공했다. 컴퓨터에 이름이나 성을 입력시키면 당사자의 당시 모습과 인적사항, 전사 시기및 장소등이 화면에 나타나고 곧 프린트되어 나온다.
또 한국관으로 불리는 「야전 텐트」에서는 「한국,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제목으로 해방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현장을 담은 대형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전 참전 용사였던 제임스 테리(72세)는 이곳에서 서울 야경을 담은 사진을 가리키며 『여기가 정말 서울이냐』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머리를 저어댔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한국전 참전기념비 제막에 관한 사설을 싣고 『이 기념비는 워싱턴의 국민광장에 세워질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6.25가 2차대전과 같은 형태의 승리가 아닌 용두사미식 휴전으로 끝나 전쟁의 결과를 타협이나 심지어 패배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미국은 비록 침략자들을 완전히 몰아내지는 못했지만 북한의 남침을 격퇴하고 한국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특히 『한국은 그후 민주적이고 자유시장적인 성장의 모범을 보여준 반면 북한은 왜소하고 위험한 은둔의 왕국으로 남았다』고 덧붙였다.<워싱턴=정병진 특파원>워싱턴=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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