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대형 오락·액션물들 관객 썰렁/삼풍참사 영향… 예술영화는 예상외 호조여름 영화시장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1년 중 최고의 시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관객들의 발걸음이 저조하다. 여름에 큰 위력을 발휘하던 할리우드 초대작 오락·액션물조차 한 두편을 제외하고는 부진한 편이다.
「여름은 액션물이 최고」 「미국에서의 인기가 곧 흥행 보증수표」라는 두 가지 공식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여름을 기피하던 예술성 짙은 영화들에 관객이 몰리고 있다.
미국서 1억달러(한화 약8백억원)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며 「배트맨 포에버」와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포카혼타스」가 서울서 현재 25만명, 「콩고」는 15만명에 불과하다. 지난주말 개봉된 「꼬마 유령 캐스퍼」(3만여명)도 예상보다 저조하다.
비교적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오락물로는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는 「저지 드레드」(22만여명)와 「배트맨 포에버」(15만여명·이상 15일 개봉)이다. 가장먼저 출발(6월10일)해 기대를 모았던 「다이하드3」도 개봉 두달이 가까워 오지만 60여만명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스피드」 「트루 라이즈」 「라이언 킹」등이 가뿐히 1백만명을 돌파한데 비하면 엄청난 차이이다.
영화업계에서는 원인을 대략 세가지로 보고 있다. 먼저 삼풍백화점 붕괴참사가 몰고 온 사회분위기. 영화기획자 심재명씨(명기획 대표)는 『영화보다도 처절한 사고가 현실이 되자 과거와 달리 건물폭파나 무자비한 대량학살등을 더 이상 흥미삼아 보려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삼풍참사가 터지자 영화계에서는 『여름액션물 관객이 3백만명은 감소할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 비슷한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인간생명의 고귀함과 아름다운 사랑등을 그린 아트 필름들인 「넬」 「20세기 레미제라블」이나 고전극 「브레이브 하트」 「카멜롯의 전설」등에 예상외의 관객이 몰리고 있다. 비슷한 주제를 담은 톰 행크스 주연의 「아폴로13」(8월5일 개봉)에 대한 높은 관심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액션물이 엄청난 제작비 투입에 비해 참신한 소재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원인. 또 미국서는 인기를 누리는 「포카혼타스」나 「꼬마유령 캐스퍼」가 보여주듯 주인공 캐릭터나 분위기가 우리 정서와 공명하지 못하면 외면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이같은 변화는 앞으로 외화수입과 작품상영의 패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이대현 기자>이대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